‘뭣이 중한디’...이 와중에 일본 의원님들과 축구 약속? [친절한 쿡기자]

22년 만에 열린 여야 친선 축구대회, 국민 속만 ‘부글부글’

기사승인 2022-11-21 16: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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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한디’...이 와중에 일본 의원님들과 축구 약속? [친절한 쿡기자]
여야가 지난 19일 국회 운동장에서 친선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황인성 기자

지난 19일 국회에서 22년 만에 여야 친선 축구대회가 열렸습니다. 지난해 대선 정국부터 이어온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큰 상황에서 여야가 함께 땀을 흘리면서 그간의 감정을 해소하자는 취지였죠. 

좋은 취지의 행사에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독려했지만 이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달갑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서로에게 날카로운 말을 쏟아내던 이들이 갑자기 잘 지내보자면서 손에 손잡고 축구 친선전에 나선다고 하니 일반 국민은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죠.

“앞에선 쌍욕하고 치고받다가 뒤에서는 서로 형님 동생 한다더니 진짜 그런가 싶다”라는 혹자의 말부터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고, 진상규명 개시조차 못 한 상황에서 여야가 희희낙락 축구대회나 열고 있는 꼴을 보니 분통이 터진다”는 말까지 국민 사이에는 다양한 반응이 나옵니다.

여야 친선축구대회가 이날 열리게 된 큰 배경은 여야 화합 목적보다는 일본과의 한 약속인 까닭이 더 커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방일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당시 국회부의장)은 일본 측과 ‘2002 한일월드컵 개최 20주년’을 기념해 한일 국회의원 축구대회 개최에 합의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성공 개최를 위해 지난 1997년부터 한일 양국이 번갈아 가면서 개최했던 한일 국회의원 축구대회는 2018년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판결에 따라 한일 양국 간의 관계가 경색이 경색돼 열리지 않았다가 4년 만에 다시 개최하기로 합의했고 오는 26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일본 측이 내한해 축구대회를 엽니다.

국회는 올해 여름 여야 친선전을 하고 활약한 의원 중에서 대표 선수를 뽑아 한일전에 나설 생각이었지만 여야가 당의 사정에 따라 한 차례씩 연기하면서 결국 한일전 일주일 전 부랴부랴 여야 친선경기를 연 모양새입니다. 여야 친선전 없이 선발해도 될 일이지만 말이 나온 마당에 일단 해보잔 심산이었던 듯하죠. 

‘뭣이 중한디’...이 와중에 일본 의원님들과 축구 약속? [친절한 쿡기자]
여야가 지난 19일 국회 운동장에서 친선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황인성 기자

일본 국회와의 친선 축구대회 약속은 국가 간의 약속인 만큼 분명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과연 국민과 약속은 얼마나 잘 지켰는지 먼저 묻고 싶습니다. 여야는 연일 각종 회의와 논평을 통해 ‘경제위기이다’ ‘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외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합니다. 협치 태도라도 있으면 다행이나 머리를 맞댈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죠.

국민의힘은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는 집권 여당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국정 현안 해결 의지가 안 보이고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민생정당을 표방하면서도 이재명 당 대표 측근 지키기에 더욱 몰두하는 듯합니다.

국회서 한창 진행 중인 예산 심사에서도 여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는 이미 불투명하고, 초유의 준예산 집행 사태가 발생할 거란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여야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의견이 다른 만큼 정쟁 발생은 불가피하지만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다면 어느 정도의 협치 의지는 보여야 합니다. 

십수 년의 국회 경험 있는 복수의 관계자는 기자를 만날 때마다 어느 국회보다도 이렇게 협치가 실종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하곤 합니다. 과거에는 의석에 밀려 못 이기는 척이라고도 어물쩍 민생 법안을 통과시켜주는 등 양보와 타협의 미덕이 있었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죠. 

정치인이라면 정쟁으로 싸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협치 없는 국회의 모습에 국민 다수는 분노한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야가 진정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합심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축구 친선전을 통해 여야 간 협치가 가능하다면 매달 아니 매주 하시길 적극 권유드립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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