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혹’ 하는 사이 당했다…전세사기주의보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3-01-10 0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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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혹’ 하는 사이 당했다…전세사기주의보 [알기쉬운 경제]
지난 5일 전세사기 상담을 위해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은 시민들 모습. 

최근 청년들의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실제 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의 70%가 2030세대로 조사됐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대출을 낀 전세계약으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 큰 피해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청년들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전세사기를 벌이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부동산공인중개업자부터 임대사업자, 분양대행업자 등이 공모해 조직적인 범죄를 범행한 것인데요. 이들의 타깃은 2030세대로 무자본 갭 투기, 깡통전세 등 전세 제도를 악용했습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들의 전세사기 전말을 살펴봤습니다.

#신축 오피스텔, 이사비 지원까지…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지난해 수도권 일대 빌라 1139채를 소유하다 돌연 사망한 빌라왕 김모씨의 피해자 33세 박모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씨는 “2021년 5월 처음 부동산 앱을 통해 공인중개사와 연락을 했고 만나서 매물을 둘러봤는데 매물을 봐도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 하자 공인중개사는 신축 오피스텔을 데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막 입주를 시작한 신축 오피스텔로 마음에 들었으나 보증금은 2억 3000만원인데 가진 돈은 5000만원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박씨는 “고민을 하자 중개인이 이사비 지원을 해주는 집이라고 알려줬고 또 대출 절차까지 소개해 줬다”며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도 비슷했고 집주인이 임대보증금 보증 보험에 가입까지 한다고 해 믿고 계약을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입주한 지 5개월 뒤 집주인이 변경됐다고 연락을 받았고 분양 실장과 계약을 다시 썼다”며 “그 후 지난해 8월 집에 가압류가 걸렸고 12월에 집주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0원으로도 빌라왕이 되는 방법

앞의 사례는 전세사기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무자본 갭투기’·‘깡통전세’에 속하는 수법입니다. 갭 투기의 경우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매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특히 무자본 갭 투기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가 같거나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거래해 이익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 같은 경우 집값이 하락하면 집주인들의 체납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고 보증금 반환할 여력이 없어 분쟁으로 이어집니다. 계약 단계부터 이행의지가 없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전세사기의 경우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요. 이들은 전월세 보증금을 매매 대금보다 높은 가격에 책정합니다. 매매가격이 2억원이라면 전세 보증금은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계약하는 겁니다. 차액은 분양 대행사, 부동산 중개업자, 명의만 빌려준 바지 사장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이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수십 채에서 수백 채의 계약을 진행하게 됩니다. 신축 빌라의 경우 시세 확인이 어렵다는 점과 청년들의 환심을 이용했습니다.

#주택거래 보수적인 접근과 사전대책 마련 시급

특히 매매가보다 보증금이 더 높거나 체납 세금이 있으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 어렵고 1순위 채권에서도 밀려날 가능성이 높은데요. 따라서 전세사기의 경우 계약 시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전세 계약 시 부동산 등기부등본상의 주택 소유자와 계약하는 집주인이 맞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근저당 금액(집주인이 집을 구매할 때 은행에서 빌린 금액)이 높을 경우 차후 집이 경매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집주인과 공인중개사가 공모해 사기를 벌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다른 곳에서도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공인중개사의 경우도 지역의 특징을 잘 아는 중개인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받는 것은 기본이고요. 또 부동산 측에서 거래를 재촉하더라도 항상 신중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세입자의 입장에서 사기 당한 후 대처는 어렵다며 사전적인 확인을 강조했습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우선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계약 시 등기부등본 확인 등 서류 확인을 꼼꼼히 해야한다”며 “계약 전에 주변에 입주 물량이 많았다거나 가격이 불안정한 곳은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제일 기본적인 것은 역시 보증보험 가입이다”라고 하면서도 “지금과 같이 주택 가격 변화가 큰 시기에는 전세금 이자와 월세를 비교해 보고 비슷할 경우 월세에 사는 게 더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세가 제대로 반영 안되는 신축 빌라, 주택보다는 거래가격의 데이터가 누적돼있는 기존 주택을 선택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차인은 사기피해를 입은 사실을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시점에 알 수 있고 사전적인 대응을 해도 서류가 조작된 경우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사전적인 대책도 필요합니다.

송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전세제도다”며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에 있는 한 한정된 대안과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전세자금 대출이 서민 대출임을 강조하다 보니 시장에 너무 많은 자본이 풀려져 있다. 상환 능력을 고려와 전세금 관련 비율을 축소가 필요하다”밝혔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사후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다. 그는 “지금 같이 고금리로 인해 갭 투자자들이 이자에 허덕일 때는 이자 후불제, 이자 유예제도를 통해 지금 내야할 이자를 3~4년 뒤에 원금과 포함해서 내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