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넘은 ‘노란봉투법’, 여·야·노·사 이견에 험로 예상

기사승인 2023-02-21 12: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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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위 넘은 ‘노란봉투법’, 여·야·노·사 이견에 험로 예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지난해 11월 총파업 현장.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임형택 기자

21일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를 통과했다. 법을 둘러싼 노·사, 여·야 견해차가 평행선인 만큼 법 개정 이후 안착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노란봉투법, 무엇?… 어떤 것이 달라질까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안의 별칭이다.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한 시민이 언론사에 노동자를 지지하는 취지로 4만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낸 데서 유래했다. 이후 노동자 권리 강화, 노동조합 쟁의권 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은 포괄적으로 노란봉투법으로 지칭됐다.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의 골자는 근로자 개념 확대와 노조 활동 보호다. 법이 개정되면, 더 많은 근로자들이 노조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노조의 단체행동권도 폭넓게 보장된다. 개정안은 이를 위해 기존 노조법 제2조와 제3조를 손봤다. 

노조법 제2조는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를 정의하는 조항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의 계약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는 이들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다. 개정안은 계약의 형태와 관계 없이 노무 제공자를 법으로 보호하고,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한다.

노조법 제3조는 사용자가 노조의 쟁의행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현행법이 보호하는 범위는 노조의 ‘적법한’ 쟁의행위다. 파업의 주체, 목적, 시기, 수단, 절차, 방법 중 어느 하나라도 법에 어긋나는 사항이 있다면 노조는 손해배상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금지 범위를 확대해 노조의 쟁의행위권을 더욱 보장한다.

야당은 ‘개선’ 여당은 ‘개악’

21일 국회는 노란봉투법 통과 직전까지 첨예하게 대립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위헌봉투법’, ‘파업 만능봉투법’으로 규정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법이 불법파업을 부추겨 국가 경제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 처리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 “이 법이 통과되면 위헌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권은 노란봉투법이 헌법의 취지를 살리는 법안이라며 맞섰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조법 개정안은 재계의 주장처럼 불법파업 조장법도 아니고, 노동부 장관의 주장처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도 아니다”라며 “헌법의 취지를 살리고, 대법원 판례를 반영해 노동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노란봉투법을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전날 노란봉투법의 근거로 “(노동조합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자와 교섭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국가위원회의 권고와,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과도한 손배소’를 제한한 대법원의 판례”를 언급하며 “(노란봉투법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몇 명의 말 몇 마디에 헌법에 위배되는 법안으로 낙인찍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여당, 재벌 대기업들하고만 손뼉을 맞추며 귀를 틀어막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노동계·경영계 합치 까마득

산업현장에서도 노란봉투법에 대한 의견 합치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경영계는 불법적인 파업을 억제할 수단이 없어, 산업평화가 저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동계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 할 권리’를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6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노란봉투법 심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국내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 분규에 휩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근로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기업까지 쟁의 대상으로 끌어들였다”며 “결국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통해 “고용불안과 저임금, 노동안전의 사각지대에서 날마다 죽어가는 하청 비정규직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며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가 노동조합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자가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쟁의행위의 정의를 확대하여 단체행동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단체행동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사용자로부터 손해배상 폭탄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