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의 전환점 ‘론스타 사태’ [알기쉬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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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3-03-07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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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의 전환점 ‘론스타 사태’ [알기쉬운 경제]
론스타 코리아.

‘론스타 사태’의 핵심 인물이라 불리는 스티븐 리(이정환) 전 론스타코리아 지사장이 미국 현지에서 체포됐다고 합니다. 한국 정부가 이 씨에 대해 범죄인인도를 청구한 지 약 17년 만이라고 하네요. 이 씨의 체포 사실이 확인되자 국내 언론들은 앞다퉈 해당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대체 ‘론스타 사태’가 뭐길래 이렇게 미디어 매체들이 열심히 보도하는 것일까요. 2023년 기준 40대 이상의 한국인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사건이지만, 2030세대들에게는 잘 알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아직 남아있던 2003년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죠. 

론스타 사태를 알려면 ‘한국과 20년의 악연’이 있는 론스타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론스타는 1995년 설립된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사모펀드 기업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한국에 진출해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으로부터 매입한 부실채권을 되팔아 이익을 거두는가 하면, 2000년대 들어 외환위기 이후 자금난을 겪는 국내 기업과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외환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카드대란까지 겹치며 부실이 한계까지 이른 상황이었는데요,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정상화를 꾀했지만, 국내 시중은행들도 사정이 비슷했기 때문에 ‘외국 자본’ 유치를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단계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섭니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약 1조3000억원(1조원 신주 인수+정부·코메르츠방크 지분 3000억원 매입)을 들여 지분 51%를 확보하고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됐죠. 이렇게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사모펀드의 본질인 ‘더 비싼 가격’에 외환은행을 팔기 위한 밑작업에 들어갑니다.

론스타는 2007년 영국 HSBC와 6조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가 무산됐습니다. 이 거래가 완료되려면 한국 정부(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검찰 수사 및 진행 중인 소송 등의 이유로 매각 승인이 늦어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발생해 계약이 좌초됐습니다. 

이후 2010년 11월에는 하나금융그룹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당시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외환은행·외환카드와 관련된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금융위원회가 재차 승인을 거부합니다. 결국 이 재판에서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유죄 판결을 받았고, 금융위원회는 론스타가 ‘은행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론스타가 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다는 뜻으로, 론스타는 자신들이 가진 51% 지분 중 10%를 제외한 41%를 6개월 내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매각을 서둘러야 했던 론스타는 이미 계약을 체결한 하나금융그룹에 외환은행 지분을 ‘급매’합니다. 2012년에 계약이 마무리됐는데, 급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으로 남긴 차익은 약 4조6000억원에 달하죠.

하지만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보류 및 미승인으로 방해를 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제기합니다. 소송 규모만 하더라도 6조3000억원(46억7950만달러)에 달합니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크게 세 갈래로 정리하면 △2007년 HSBC 매각 당시 한국 정부가 매각 심사를 부당하게 미뤘다 △2010~2012년 하나금융에 매각할 때도 심사를 지연했고, 매각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했다 △국세청은 론스타가 받아야 할 면세 혜택을 주지 않고 과도한 세금을 부과했다가 있습니다.

그렇게 론스타와 한국 정부는 각각 변호인단을 선임, 긴 싸움에 들어갑니다. 이후 지난해 판결이 나오는데 ISDS의 판정을 내리는 ICSID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약 2925억원)와 지급 완료 시점까지의 이자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했습니다. 이자는 약 185억원으로, 정부가 지난 10년간 소송비용에 쓴 돈인 478억까지 합산하면 소송으로 손해 본 금액이 3600억원에 달합니다.

현재 정부는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의 제기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ISDS 절차에 2심·3심 같은 항소 제도는 없지만, 판정 후 120일 이내에 단 한 번 취소 신청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론스타 사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얽힌 사건이지만, 동시에 어리숙하던 한국 금융업계의 ‘전환점’이 된 시발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먼저 외국계 자본에 함부로 국내 대형 금융사를 넘기면 안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게 됐습니다. 또한 그간 한국은 투기자본(사모펀드) 및 국제법에 대한 이해가 사실상 없는 수준이었지만, 론스타 사태를 기점으로 중요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정부의 무분별한 개입은 각종 부작용을 야기한다 등이 있습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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