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비’가 찾은 ‘정답’… “위험 감수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LCK]

기사승인 2023-06-24 22: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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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비’가 찾은 ‘정답’… “위험 감수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LCK]
MSI에서 자신만의 정답을 찾았다는 ‘쵸비’ 정지훈. 라이엇 게임즈

압도적인 라인전 능력에 이제는 플레이 메이킹까지. ‘쵸비’ 정지훈이 완성형 미드라이너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정지훈이 몸담은 젠지 e스포츠(젠지)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스플릿 1라운드에서 디플러스 기아에게 세트 스코어 2대 1로 승리했다. 6전 전승으로 단독 1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정지훈은 이날 라인전 단계와 교전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특히 3세트엔 ‘아리’를 이용해 거듭 결정적인 플레이 메이킹에 성공,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에 선정됐다.

경기 후 쿠키뉴스와 만난 정지훈은 “편도염으로 고생을 좀 했다”며 다소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내 플레이만 보자면 꽤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라인전도 잘 풀었고, 불리한 상황도 있었는데 합리적으로 계속 좋은 각을 보려고 했다. 잘 안 된 것도 있었지만 내 마인드와 플레이 방향성 자체는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경기력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1‧2세트 연달아 나왔던 ‘애니’와 ‘아지르’ 구도에 대해 “사실 모든 부분에서 애니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치 구도에서 힘 차이가 날 때는 아지르가 더 좋은 것 같다. 애니의 점멸이 없을 때는 갱 압박을 줄 수 있는 것도 크다”고 설명했다. 현 메타에서 드물게 사용되는 아리에 대해서는 “아리를 잘 사용했는데도 지길래 챔피언의 티어가 떨어진 것 같다고 느껴 잘 사용하지 않았다”면서도 “오늘 우리 조합이 아리를 해야 될 것 같아서 플레이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열린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에서 4강 탈락이라는 쓴잔을 들이켰던 젠지는, 후유증의 우려도 있었지만 눈에 띄는 경기력으로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정지훈의 기량도 물이 올랐다.

정지훈은 “MSI에서 저희가 가장 부족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걸 조금씩 고쳐왔고, 선수들이 각자 열심히 하다보면 기량도 늘기 때문에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쵸비’가 찾은 ‘정답’… “위험 감수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LCK]
정지훈이 24일 디플 기아전에서 승리한 뒤 방송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자신의 최근 경기력이 좋다는 평가도 부정하지 않았다. 정지훈은 “확실히 오늘 경기는 계속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고 라인전도 다 잘했기 때문에 굉장히 마음에 드는 것 같다”면서 “1세트 마지막 점멸 궁극기가 아쉬웠지만, ‘그라가스’까지 같이 맞추기 위해 했던 판단이었다. 그 판단이 맞았다면 슈퍼 플레이가 되는 것이니 개의치 않았다. 의도가 분명하고 가능성이 있지 않았나. 이제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다. 그게 경기력이 향상된 근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정지훈은 변화의 기점을 MSI로 꼽았다. 그는 당시 자신의 플레이를 돌아보면서 “뭔가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에 서머에는 근본적으로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정지훈은 “옛날에는 확실히 아는 게 적었다. (리스크 있는 플레이를) 시도 했다가 욕을 먹을까봐 무섭기도 했다. 최근엔 어차피 안 하면 진다는 걸 알고 있다. 경험이 많이 쌓였고 구도에 대한 이해도도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질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을 때 시도하고 성공하면 역전할 수 있다. 실패하면 그 전에 이미 게임이 잘 못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그게 정답이다. 최근엔 망설임도 없어지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지훈은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서머 시즌과 아시안게임, 그리고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까지 무게감 있는 대회가 연달아 그의 앞에 놓여있다. 

정지훈은 “확실히 이번 연도 일정이 되게 빡빡하다. 하지만 내가 계속 잘해야만 하는 동기부여를 해준다. 확실히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이걸 이겨내야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잘하고 싶다. 지치지 않고 이번 연도까지 계속 쭉 이어가고 싶다. 컨디션 관리는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내가 간절히 바란다고 다 되는 걸까, 의문을 품곤 한다. 그러나 의문을 품는 것과 별개로 내가 항상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하루가 다 끝나고 눈을 감을 때까지 어떤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일까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나중에 가서는 돌아보면서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 성장해서 시야가 넓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장은 현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젠지의 다음 상대는 OK저축은행 브리온이다. 하위권팀이지만 정지훈은 방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브리온이 멤버에도 변화를 주고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하려고 할수록 빈틈이 많이 생기는 법이다. 저희가 그 빈틈을 잘 노리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쵸비 "위험 감수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MSI 때 깨달았죠" 💡 "아시안컵에 롤드컵까지, 주어진 상황에 최선 다할 뿐" | 2023 LCK 서머 젠지 vs DK |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