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반란 봉합됐지만, 푸틴 23년 철권통치 ‘치명상’

미-우크라 정상 통화, 백악관 “바이든, 우크라 지지 재확인”

기사승인 2023-06-26 07: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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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반란 봉합됐지만, 푸틴 23년 철권통치 ‘치명상’
러시아 군 수뇌부를 겨냥해 무장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24일(현지시간) 점령 중이던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기 위해 트럭에 탱크를 싣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중에 발생한 러시아 용병 기업의 무장 반찬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24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집권 이후 철권 통치를 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 미국 국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권력에 전례 없는 균열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AP·CNN·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벨라루스 정부 중재 아래 러시아를 떠나 인접국 벨라루스로 갈 것으로 보인다. 정권을 위협한 프리고진에 손끝도 대지 못하고 벨라루스에 보내주기로 한 결정을 두고 푸틴의 흔들리는 권력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란의 배후인 프리고진에 대한 반란 혐의는 모두 취하되고 자유의 몸이 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인사와 비평가에 대한 푸틴 체제의 조직적 단속과 대조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퇴역 군인 출신 평론가 빅토르 알크스니스는 AP통신을 통해 “프리고진은 도시를 점령하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국가의 명령을 거부하고 모스크바로 군사 행진을 하는 동안 러시아 군인을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러시아가 돌이킬 수 없는 붕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비판했다.

모스크바를 향한 바그너의 진격에서도 무력 통제에 대한 푸틴 체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프리고진의 지시를 받은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남부도시 로스토프나도누와 보로네즈 지역을 접수한 뒤 하루 동안 모스크바에서 200㎞ 떨어진 곳까지 접근하는 동안 러시아군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심지어 용병들을 박수로 환영하거나, 이들이 철수할 때 함께 사진을 찍는 러시아인들의 모습은 푸틴 정권이 민심마저 잃었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반란 사태 이후 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결속을 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러시아 공격에 대한 우크라이나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SNS에 바이든과의 대화를 전하며 “고무적이고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란 사태를 논의했고, 국제질서가 회복될 때까지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근본적으로 러시아의 내부 문제”라면서도 “우리가 아는 것은 (푸틴 체제에) 실제 균열이 발생했다는 것. 푸틴 권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내 상황이 산만해지고 분열된 만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적인 움직임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다만 러시아와 같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에 불안정이 있을 때마다 매우 주의 깊게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완전한 정보가 없고 확실히 이 사태가 정확히 어떻게 전개될지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이 혼란이 앞으로 며칠, 몇주 간 더 전개될 것”이라며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