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니아’, 20여년 전 추억은 어디에 [게임 들춰보기]

기사승인 2023-07-02 16: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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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니아’, 20여년 전 추억은 어디에 [게임 들춰보기]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 컴투스홀딩스

컴투스홀딩스가 지난 27일 자사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를 양대 마켓과 PC 플랫폼으로 정식 출시했다.

제노니아는 2000년대 초반 피처폰 시절 ‘RPG 3대장’으로 언급될 만큼 유명한 IP(지식재산)다. 게임 특유의 2D 도트그래픽과 준수한 액션성이 특징이며, 이외에도 탄탄한 세계관, 좋은 스토리텔링, 다회차 시스템 등으로 호평받았다. 유료 모바일 게임임에도 시리즈 통산 6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는 시리즈 8번째 작품으로, 이전 시리즈와 달리 모바일 MMORPG로 제작됐다. 게임에 대한 추억 덕분인지, 사전예약자는 무려 200만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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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던전에서 사냥을 하는 모습.

카툰 렌더링 그래픽과 캐릭터 모델링은 단연 최상급

게임을 시작하면 곧장 수준 높은 오프닝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해당 영상은 스토리 상 ‘천마대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오프닝 영상 퀄리티에 뒤지지 않을 만큼 인게임 역시 최상급의 카툰 렌더링 그래픽을 뽐낸다는 점이다. 기자는 모바일 게임임에도 디테일이 살아 숨쉬는 캐릭터 모델링을 자세히 보기 위해 화면 확대를 하고, 가끔 웅장한 인게임 필드와 캐릭터가 함께 있는 모습을 캡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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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영상. 인게임 컷신과 그래픽, 캐릭터 모델링도 이에 못지 않다.

게임 중간중간 전개되는 ‘컷신’도 별도로 제작된 영상이 아닌 인게임 연출처럼 진행됐다, 이용자들이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도 컷신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컷신은 모두 풀더빙됐다. 인게임 캐릭터와 이질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열연하는 성우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컷신을 모두 보면 인게임 재화 ‘골드’를 보상으로 주기도 한다.

게임의 주인공은 ‘제노니아1’에 등장하는 ‘리그릿’의 자식이다. 이용자들은 친구에게 줄 꽃을 찾다 ‘미드가르드’에 떨어지며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이는 13년 전 출시된 ‘제노니아3’의 플롯을 그대로 따라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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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진행 중 던전에서 자동 사냥을 하는 모습.

모바일 MMORPG 이용자라면 익숙한 맛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끝내고 인게임에 들어서면 마치 NPC들의 심부름과도 같은 반복 사냥 퀘스트를 접하게 된다. 카툰 렌더링 그래픽 만큼이나 멋진 전투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캐릭터의 체력이 기본 1만에 달하기 때문에 전투는 긴장감이 떨어진다.

또한 모바일 MMORPG를 한 번쯤 플레이해본 이용자라면 익숙할 느린 이동속도, 미미한 타격감도 느낄 수 있다. 원작의 ‘딜뽕’과 화려한 이펙트를 기대한 이용자들은 큰 실망을 얻을 수밖에 없다.

게임을 얼마간 플레이하다보면 보스 몬스터 ‘크라켄’을 만날 수 있다. 첫 보스 몬스터이니만큼 크라켄의 공격 패턴은 초보자라도 누구나 익숙하게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모호한 판정으로 인해 수동 컨트롤의 의미가 떨어짐은 아쉬운 부분이다. 자동 사냥의 기능적인 아쉬움도 보였다. 자동 사냥 설정시 캐릭터가 가까운 몬스터를 때리지 않고 일정한 동선만을 따라 움직이는 등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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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코스튭을 뽑는 연출. 컬렉션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리니지 라이크’보다 훨씬 리니지 라이크 같다”

제노니아는 국내 모바일 MMORPG의 흔한 수익모델(BM)을 답습했다.

제노니아에는 일반적인 ‘변신 시스템’과 유사한 ‘코스튬’이 등장한다. 코스튬은 일반·매직·레어·에픽·유니크·레전드 총 6개 종류로 나뉜다. 일종의 ‘펫’인 ‘페어리’도 존재한다. 이들 모두 추가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다.

확률은 극악이다. 유니크 코스튬을 뽑을 확률은 모든 유니크 코스튬의 드랍 확률을 더해도 1%도 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한 헤비 이용자는 “‘리니지 라이크’보다 훨씬 리니지 라이크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일부 이용자 사이에선 비싼 상점 패키지가 원성을 사기도 했다. 출시 초 상점의 모든 패키지 가격을 더하면 약 300만원에 이른다. 특히 시즌패스를 구매하려면 10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해야 하기에, 소소한 플레이를 즐기는 라이트 유저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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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니아 팀의 첫 번째 편지.

정식 출시 이후 이용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내 추억을 산산조각 냈다”, “이건 제노니아가 아니다” 등의 평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후속작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원작 IP의 감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제일 큰 실책으로 꼽힌다.

게임이 라이트·헤비 이용자들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자 초반 매출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게임은 출시 초기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했음에도 현재(2일)는 8위권으로 밀려난 상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원성을 의식했는지, 제노니아 팀은 지난 29일 이용자들에게 편지를 남겼다. 편지에서 서황록 제노니아 본부장은 “IP에 대한 추억과 그 추억을 MMORPG로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며 게임의 개선을 약속했다. 약속된 내용들은 다음날인 30일 대부분 패치에 적용됐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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