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인재’…사망 13명으로 늘어

- 새벽 버스 운전자 외 시신 4구 추가 발견
- 도로는 충북, 제방은 세종

기사승인 2023-07-17 0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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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인재’…사망 13명으로 늘어
16일 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밤 늦은 시간까지 구조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 기존 제방 헐고 ‘임시 제방’ 설치가 원인
- 홍수경보 내려도 지자체·경찰 아무도 없었다.
- 침수버스는 폭우로 노선 벗어나 우회 
- 전국 사망 40명, 실종 9명

이번 폭우로 물에 잠겼던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밤새 시신 4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새벽 1시 25분쯤 지하차도 입구 100m 부근에서 이번 폭우로 침수됐던 747번 급행 시내버스 운전기사(59)의 시신이 수습되었다. 이어 새벽 2시 45분 지하차도 내에 남아 있던 차량의 뒷좌석에서 50대 남성 시신 1구가 추가로 수습됐다. 또다시 3시 58분쯤, 또 다른 50대 남성의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되었고 오전 6시20분쯤 차도 초입 150m 지점에서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가 수습됐다. 오송 지하차도에서만 사망자 13명, 부상 9명이 발생했으며 현재 인명피해를 추가 확인 중이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인재’…사망 13명으로 늘어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해양경찰 대원들이 도보수색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송 지하차도 사망자는 지금까지 13명으로 늘어났다. 전국적으로 이번 장마로 인한 사망자는 총 40명이 됐다. 17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오전 7시 기준 사망자는 40명으로 전날(오후 11시 기준)보다 4명이 늘어났다. 실종자는 9명(경북 8명, 부산 1명), 부상자는 34명(경북 17명, 충북 13명, 충남 2명, 전남 1명, 경기 1명)이다.

지난 15일부터 이어진 배수 작업으로 지하차도 안에 가득 찼던 물이 거의 빠지면서 소방당국은 이날 새벽부터 걸어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소방, 경찰, 군 등 886명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인재’…사망 13명으로 늘어
16일 오후 오송지하차도 참사현장 인근에서 실종자 가족이 애타게 구조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안전사고 부주의에 따른 인재(人災)
3년 전 시간당 최대 80㎜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한 지하차도에 갇혔던 3명이 숨지면서 부산시와 관할 지자체의 미흡한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작년 8월에는 집중호우로 강남 한복판에서 사람이 맨홀에 빠져 숨지고 반지하 빌라에서 대피하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나는 등 피해가 컸다. 그러나 올해는 관계 당국이 집중호우에 대비한 피해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다시 제방이 무너지고 지하차도가 잠겼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인재’…사망 13명으로 늘어

16일 충북도에 따르면 15일 오전 8시 45분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국토교통부 소속)이 추진 중인 미호강 교량 공사 현장 제방이 유실되면서 인근 오송 궁평2 지하차도가 순식간 물에 잠겼다. 지하차도와 미호강 거리는 200m 남짓에 불과하다. 특히 지하차도는 인근 논밭보다 낮아 침수사고가 예견되는 곳이었다. 45m 길이 제방이 불어난 강물에 쓸려 나간 이후 초래된 지하차도의 침수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됐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교량 건설 작업을 추진하고 있던 행복청에서 공사를 위해 기존 제방을 헐고 ‘임시 제방’을 설치했던 것이 불어난 강물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며 강물이 세종시 쪽 지하차도로 유입됐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인재’…사망 13명으로 늘어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 버스 등 침수차량에 대한 인명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고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사망 12명, 부상 9명 등 사상자는 총 21명으로 파악됐다. 16일 청주시 흥덕구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관련해 이를 막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충북도와 청주시 그리고 흥덕구청 등 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인재’…사망 13명으로 늘어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명 수색을 위한 배수작업 및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참사발생 4시간 30분 전 홍수경보
금강홍수통제소는 15일 오전 4시 10분 미호천교 인근에 발령했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상향한다. 미호강의 수위가 계속 올라가자 금강홍수통제소는 오전 6시 34분 흥덕구청에 “저지대와 취약구간 주민대피 등 필요한 조치”를 당부했다.

흥덕구청은 10여 분 후인 6시 45분 경 청주시청에 관련 내용을 전파했다. 그러나 궁평2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청의 도로 통제 조치는 이후로도 두 시간 가량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도청 측은 “시청 등에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해, CCTV 확인 뒤 현장 출동 조치만 했다”고 말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인재’…사망 13명으로 늘어
사망을 확인한 실종자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의 한 주민은 “물에 잠긴 버스도 폭우로 정규 노선을 벗어나 우회 중에 사고를 당했다”면서 “관계기관의 유기적 역할 분담이 되지 않아 현장은 재난에 방치되고 인재는 참사로 이어졌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담당자가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전문성의 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관할 지자체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재’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인재’…사망 13명으로 늘어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한 수자원 전문가는 “홍수관리는 물이 막히거나 고이는 지역은 물길을 만들어 흐르게 해주고, 물이 너무 급하게 흐르거나 넘치는 지역은 물을 지체시켜 흐름을 늦춰 주는 일”이라면서 “제방 등 구조물 관리와 함께 전문성을 지닌 당국자의 적극적인 행정이 없으면 이번 사고와 같이 한 순간에 참사를 당한다. 물은 평상시에는 우리의 생명줄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고마운 자원이지만, 홍수 때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궁평2 지하차도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9년 준공했다. 685m 길이 지하차도는 지방도 508호선의 한 구간이어서 충북도가 관리한다. 이 지하차도는 충북과 세종의 경계 지점에 있다.

청주=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곽경근 대기자 ·임형택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