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해삼...적화 뭐?' 13일 블라디보스토크 간 김정은

[MZ세대를 위한 '현대문으로 읽는 근대뉴스' 해설]
1920년대 국제공산당 중국에서 입지 좁아지자 본부 '해삼위'로 옮겨

기사승인 2023-09-13 09:21:43
- + 인쇄
1926년 11월 25일

동양 적화의 진원지 해삼위(海蔘威)로 이전

중국 광저우 정부를 중심으로 한 ‘동양적화(東洋赤化)’는 점점 북쪽으로 세력을 넓혀 가고 있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장개석이 이끄는 북벌군이 승승장구 함에 따라 양자강 이남은 적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장작림의 근거지인 중국 동북삼성에는 아직 이러한 운동이 일어나지 아니하여 ‘인터내셔날’ 본부에서는 그 적화 본부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기고 조선과 일본, 동북삼성 지방을 적극적으로 적화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장작림은 동북삼성 각 현에 아래와 같은 훈령을 내렸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양성된 중국 사회주의자로 구성된 선전대원 일부는 블라디보스토크로부터 상하이로 가고, 그 일부는 하얼빈으로부터 상하이로 가며, 또 일부는 하얼빈을 경유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는 중인데 이들은 많은 삐라를 휴대하고 동북삼성으로부터 들어온 행적이 있으니 엄밀히 조사하라” (출전 동아일보)

 
'이런 해삼...적화 뭐?' 13일 블라디보스토크 간 김정은
러시아 우스리스크를 지나는 김정은 열차. 사진=연합뉴스

□ 해설

1920년대 마르크스, 엘겔스, 레인 등이 주도한 사회주의 이론에 입각한 국제공산주의 운동이 격화됐다. 이에따라 서구 제국주의 진영이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이때 중국은 서구 열강과 내전으로 분열되어 공산주의자들이 활약하기 좋았다. 이 무렵 장개석은 쿠데타를 일으켜 수구세력과 공산당을 제압하고 지배권을 확보한다.

이에 국제공산당은 입지가 좁아졌고 긴급 전령을 통해 공산 세력이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동북삼성(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조선과 일본, 러시아 연해주(두만강 위 러시아 극동부)를 적화시키라고 명령한다. 장작림은 동북삼성의 군벌이었다. 

위 기사는 이러한 배경으로 일제강점기 일제의 검열 속에 보도된 기사다. 국제공산당은 양자강 이남에서 장개석에 밀려나자 중국 일본 한국을 적화할 근거지로 해삼위(海蔘威) 즉 블라디보스토크를 새로운 본부로 삼은 것이다.

이곳을 근거지로 상하이, 도쿄, 경성 방향으로 선전대원들을 보내 세력을 넓히려 했던 것이다.
'이런 해삼...적화 뭐?' 13일 블라디보스토크 간 김정은
북러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시민들. 12일 서울역. 사진=연합뉴스

한데 그 위세의 장개석(장제스)은 일본 항복 후 1946년 모택동과의 내전에서 밀려나 본토를 잃고 1949년 대만으로 쫓겨났다. 해방된 조선은 남북으로 갈려 38선 이북이 김일성 손아귀에 들어갔다. 그리고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이 권력을 세습하고 있다.

그 김정은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13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한다. ‘완벽히 적화’ 당한 우리의 반쪽 북한이고 여전히 이념 갈등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대한민국이다. 

전정희 편집위원 lakaj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