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부터 이강인까지…항저우 달굴 스타는 [아시안게임]

기사승인 2023-09-23 10: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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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부터 이강인까지…항저우 달굴 스타는 [아시안게임]
LoL 대표팀의 주장을 맡은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사진=임형택 기자

“세대 교체의 장이 될 것이다.”

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중국 항저우에서 23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열린다. 공식 개막에 앞서 축구, 배구 등은 조별리그 일정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본격적인 막이 오른 모양새다.

이번 대회는 개최지인 항저우를 비롯해 후저우, 진화, 닝보, 샤오싱, 원저우 등 저장성 6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된다. 대회 슬로건은 ‘마음이 서로 통하면 미래가 열린다’다.

당초 항저우 대회는 2022년 9월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측은 1년 연기를 결정했다. 당시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대회를 잘 준비했지만 대회 이해당사자들이 현재 코로나19 팬데믹과 대회 규모를 신중하게 고려해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회명도 2023년이 아닌 원래 개최 연도인 2022년으로 쓰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45개국 1만2500명이 참가해 총 40개 종목에서 481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한국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9개 종목에 역대 최다인 1140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5~50개를 획득해 일본, 중국에 이어 종합 3위를 노린다. 한국은 앞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49개를 따내 금메달 75개를 획득한 일본에 종합 2위를 내주고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래 24년 만에 3위로 내려앉은 바 있다.

다소 목표를 하향 조정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체육을 이끌 미래 자원들이 대거 출전해 관심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대거 이번 대회에도 나서 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들은 단연 e스포츠 선수단이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시범 종목이었던 e스포츠는 이번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LoL을 비롯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5’ ‘FC 온라인’ 등을 포함 7개 종목에서 메달을 경쟁한다.

이 중 ‘페이커’ 이상혁(T1)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살아있는 e스포츠의 전설로 불리는 그는 지난 2013년 데뷔 후 10년 가까이 활동하며 통산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3회 우승,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10회 우승,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회 우승 등 수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이상혁은 지난 대회에서 은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이번 대회를 통해 씻어내려 한다. 그는 지난달 e스포츠 대표팀 출정식에서 “국가대표로 뛰기 때문에 당연히 사명감이 있다. 준비하는 동안 최대한 내 스스로 실망하지 않을 만큼 노력하겠다.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개막 하루 전인 지난 22일 오후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가 내리는 출입구에는 그를 기다리는 수많은 현지 팬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국 스포츠 스타로는 전례가 없는 역대급 환영 인파였다.

‘페이커’부터 이강인까지…항저우 달굴 스타는 [아시안게임]
지난 6월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에서 슈팅을 준비하는 이강인. 대한축구협회(KFA)

축구에서 3연패를 노리는 한국은 ‘막내형’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을 앞세운다.

20001년생으로 올 시즌을 앞두고 세계적 명문 구단인 프랑스 파리생제르맹(PSG)에 입단한 이강인은 명실상부한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서, 아시안게임 정상을 향한 ‘금빛 슈팅’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 라리가의 마요르카에서 35경기 출전 6골 6도움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찍은 이강인은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PSG에 입단해 세계적인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와 한솥밥을 먹는 등 ‘월드 클래스’로 발돋움했다.

부상 회복 등의 이유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다소 늦게 합류한 이강인은 조만간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한 남자 축구 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30분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바레인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지난 21일 중국 항저우에 도착한 이강인은 2차전 태국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본 바 있다. 승패와 무관하게 16강전을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강인의 출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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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023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단식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 AP 연합

최근 폼이 오른 배드민턴의 안세영(삼성전기)도 금메달을 향해 셔틀콕을 때린다.

안세영은 18세이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32강에서 탈락했지만, 꾸준히 기량을 끌어올렸다. 지난 2021년에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당시 세계 랭킹 1위던 천위페이(중국)를 상대로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세트 스코어 0대 2(18-21 19-21)로 패배해 8강에서 멈춘 바 있다.

그는 천위페이를 상대로 계속해서 연패를 기록했지만. 2022년 7월 안세영은 말레이시아 마스터스 결승에서 마침내 천위페이를 꺾었다. 첫 패배를 시작으로 4년 동안 7연패를 당한 끝에 따낸 귀중한 승리였다.

라이벌까지 꺾은 안세영은 올해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올해 참가한 11개 국제대회에서 우승 7차례, 준우승 3차례, 동메달 1차례를 달성하는 등 기량을 활짝 꽃피웠다.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을 제치고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27일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로열 아레나에서 열린 ‘2023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카롤리나 마린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977년 시작한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단식 종목을 제패한 것은 안세영이 처음이었다.

기세를 높인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노린다. 안세영이 이번 항저우 대회까지 우승하면 야마구치와 천위페이, 타이쯔잉(대만) 등 ‘빅4’ 구도를 깨고 압도적인 ‘1강’을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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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우상혁. AP 연합

안세영과 같이 최근 국제 무대를 섭렵한 ‘스마일 점퍼’ 우상혁(용인시청)도 높이 뛰기 금메달을 노린다.

우상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에 이어 도쿄 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하며 단번에 세계적인 선수로 올라섰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은메달, 실내 세계선수권 금메달까지 차지했다.

올해 발뒤꿈치 통증과 부비동염 수술 여파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내던 그는 지난 17일 세계 육상 ‘왕중왕전’ 격인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 2m35를 넘어 정상에 섰다. 우상혁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 진출했고, 올 시즌 가장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우상혁은 이번에는 금메달까지 노리고 있다. 이번 대회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을 넘어야 한다. 바르심은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높이 뛰기 2연패를 성공했다. 바르심은 올해 다아아몬드리그 파이널에는 아시안게임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불참한 바 있다.

‘페이커’부터 이강인까지…항저우 달굴 스타는 [아시안게임]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도전하는 황선우. 연합뉴스

차세대 수영 간판으로 꼽히는 황선우(강원도청)은 첫 아시안게임 출전에서 금빛 수영에 나선다. 18세에 출전한 도쿄 올림픽 자유형 100m 준결승에서 47초56의 아시아 신기록과 세계주니어 신기록을 세웠다. 자유형 200m에서도 한국 선수로는 2012 런던 올림픽 박태환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경영 결승까지 올라 7위를 차지했다.

꾸준히 세계 대회에 출전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린 황선우는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200m·100m, 계영 800m에서 우승을 노린다. 세계적 선수로 자리매김한 황선우는 이제 아시안게임에 첫 도전장을 내민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수영에서만 6개의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는데 그 중 3개가 황선우가 출전하는 종목이다. 

황선우는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42의 한국 기록을 세우며 현역 기준 아시아 선수 1위에 올라 있다. 대한수영연맹이 전폭적으로 지원한 계영 800m에서도 황선우는 김우민, 양재훈(이상 강원도청), 이호준(대구시청)과 힘을 모아 세계선수권 결선 6위(7분04초07)에 오르며 경쟁력을 확인했다.

황선우의 3관왕 도전에 가장 큰 난관은 자유형 100m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종목 아시아 1위는 황선우가 아닌 중국의 신예 판잔러다.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판잔러는 결선 4위에 오른 반면 황선우는 0.02초 차이로 준결선에서 탈락했다. 황선우의 자유형 100m 개인 최고 기록은 47초56으로 아시아 기록(47초22)을 보유한 판잔러보다 0.34초 느리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