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적격성 뭐라고, 카카오부터 대구은행까지 ‘전전긍긍’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3-10-24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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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적격성 뭐라고, 카카오부터 대구은행까지 ‘전전긍긍’ [알기쉬운 경제]
카카오뱅크

금융회사는 국민의 재산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만큼 이를 소유하는 대주주에게 높은 자격이 요구됩니다. 이에 법으로 금융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때 대주주의 자격을 검증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정 기간마다 당국이 검증을 통해 대주주 자격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를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고 합니다. 

최근 많은 금융사들에서 이러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최근 5년 이내에 조세범 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금융당국의 시정 명령을 거쳐 10% 이상 보유 지분을 처분해야 합니다. 업권에 따라 은행법이나 인터넷전문은행법에서 이를 따로 규정하기도 하는데 많은 금융사 대주주들이 이를 충족하지 못 할 위기에 놓이면서 지배구조와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 졌습니다. 

예컨대 카카오뱅크를 보면 지분 27.17%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 카카오가 지분 처분 위기에 놓였습니다. 카카오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둘러싼 카카오-하이브 분쟁 과정에서 시세 조종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만약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되면 당국은 카카오에 개선 명령을 내리고, 법원 판결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10%를 초과하는 지분을 처분해야만 합니다. 카카오뱅크의 지배구조가 뒤바뀌는 상황이 오는 것입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단순히 지배구조의 변화를 넘어 사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이익 다각화를 위해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었고, 이를 위해 당국에 인허가(라이선스) 심사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국은 심사를 중단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사업 확장이 대주주 리스크에 가로막힌 것입니다.

비단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카카오뱅크에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추진 중인 DGB대구은행 역시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차질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대구은행 지분 100%를 보유중인 DGB금융지주에서 캄보디아 현지 법인 개설을 위해 현지 공무원들에게 로비자금을 건넨 혐의로 현직 회장이 재판을 받는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하자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에 전환 심사시 대주주 적격성을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을 공언했습니다.

실제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상인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상상인의 대주주는 지분 23.3%를 보유하고 있는 유준원 대표입니다. 금융당국이 과거 상상인의 불법대출 혐의와 관련한 중징계를 최근 확정지으면서 대주주 부적격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상상인은 저축은행 계열사 지분을 내년 4월까지 10% 이내로 남기고 모두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취지로 하고 있지만 금융사의 근간을 뒤흔드는 만큼 심사에 대한 우려도 높습니다. 수사에 들어갔다는 사실 만으로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각종 인허가 심사가 중단되는 만큼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는 무분별한 고발로 금융사의 사업에 차질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금융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금융업 전반에 사실상 기계적으로 적용되면서 핀테크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해 ‘혁신’이 요구되지만 과거의 완고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당초 재벌이 금융사를 사금고처럼 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해당 금융사가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사 대주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무조건 적인 인허가 중단 등의 문제는 개선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