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 정상화하려면…“수‧정시 통합, 절대평가 필요”

기사승인 2023-11-02 18: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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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개편 정상화하려면…“수‧정시 통합, 절대평가 필요”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2028 대입개편(안)의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예솔 기자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 시안을 두고 교육부와 교육계의 의견 차이가 깊어지는 분위기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상대평가의 한계를 지적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적 공정성이 아닌 학생 배움의 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2028 대입개편(안)의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교육단체와 교사, 학부모 등이 한자리에 모여 대입 개편 시안에 대한 조정 요구와 입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10일 현 중학교 2학년부터 적용될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시안에 따르면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 수학, 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문·이과 구분 없이 모두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치르도록 한다. 또한 오는 2025년부터 고교 5등급제 상대평가를 실시한다. 내신에는 논‧서술형 평가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날 토론회에선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오는 2025년부터 절대·상대평가를 병행한 내신 5등급제를 도입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육부는 전 학년에서 A~E로 절대평가를 하며 5등급 체제의 상대평가도 학교생활기록부에 함께 기재하기로 했다. 당초 2021년 문재인 정부는 2025년부터 고1은 9등급 상대평가, 고2·3은 5등급 절대평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교육부 기존 안대로 1학년 공통과목에만 내신 상대 평가를 적용해야 한다”며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방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과목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당장 시행하는 것이 시기상조라 판단하면, 진로선택과 융합선택 과목부터라도 성취평가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호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도 “과거엔 논‧서술형 채점 이후 학생 대부분이 ‘내 답도 맞는 거 아니냐’며 항의해 왔다”며 “그런데 최근엔 ‘왜 저 답을 점수로 인정해 주냐’ 등 항의 추세가 변했다. 다른 친구가 쓴 답을 인정하면 내 등급이 떨어질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를 ‘상대평가가 가져온 폐해’라고 지적했다.  

대입 개편 정상화하려면…“수‧정시 통합, 절대평가 필요”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2028 대입개편(안)의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예솔 기자

절대평가를 기본으로, 변별력이 아닌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팀장은 “교육부가 절대평가로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로 내세운 변별력과 공정성의 경우 내신이 오랜 시간 지적 받아온 사항”이라면서도 “상대평가는 학교 내에서의 변별력을 나타낼 뿐, 학생의 실력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변별력이 아니라 평가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며 “전국 단위 혹은 지역 단위 연수를 통해 더 다양한 채점의 공정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교육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입 개편 시안에 대한 학부모들의 질타도 쏟아졌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학부모가 변별력과 상대평가를 원한다는 교육부 통계를 봤다. 어떻게 정부에서 교육 과정도 아니고 대학 입시 제도처럼 중요한 걸 발표를 하면서 표본으로 1200명을 내세울 수 있느냐”고 주장하며 “자녀를 경쟁으로 몰아놓고 초·중·고 12년을 계속 학원 뺑뺑이 돌리고 싶은 학부모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대입 개편안은 누가 더 사교육 기관에 돈을 많이 쏟아부었는지가 유리한 안”이라며 “지금 교실을 황폐화한 건 9등급제가 아니라 상대평가”라고 말했다. 

이날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시‧정시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미라 부소장은 “수‧정시 통합은 대입 개편 방안이 나올 때마다 계속해서 제안돼 왔다”며 “3학년 2학기 학생부를 대입에 반영하고 수능 일정을 앞당겨 학생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철 전 혁신교육위원장도 “3학년 2학기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신은 끝없는 추락이다”라며 “출석부는 질병 결석과 가정 학습 등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수능이 임박한 시기에 학생들과 학부모의 요구로 자율학습이 진행되고 교육과정 파행은 일상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성훈 교육부 인재선발제도 과장은 “수·정시 통합은 사회적 합의를 이룬다면 교육부도 추가적인 고민을 하겠다”며 “수시 6회 지원 횟수 변경 등 여러 사회적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과거 수시가 없던 시절에도 수능은 계속 11월쯤 이뤄졌다. 수·정시 통합하고, 수능 시기를 당긴다고 하더라도 한 달 정도 차이”라며 올해 수능이 끝나고 공청회를 열어 대입 개편 시안과 관련해 소통을 많이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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