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빈 젠지 감독, “선수들은 잘했다…감독인 내 잘못 커” [롤드컵]

기사승인 2023-11-04 00: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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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빈 젠지 감독, “선수들은 잘했다…감독인 내 잘못 커” [롤드컵]
젠지e스포츠의 ‘스코어’ 고동빈 감독. 사진=차종관 기자

‘스코어’ 고동빈 감독이 8강에서 탈락한 선수들을 격려하며 패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젠지e스포츠(젠지)는 3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월즈)’ 녹아웃 스테이지 8강에서 BLG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2대 3 패배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1시드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앞서 3승 0패로 빠르게 8강 진출을 확정지으면서 중국 ‘LoL 프로리그(LPL)’의 징동 게이밍과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다. 8강 대진표도 무난하게 받으면서 결승 진출도 유력해 보였다. 이날 경기는 중계진 14인이 모두 젠지의 승리를 점칠 정도로 압도적 격차가 예상됐다. 하지만 BLG가 뛰어난 경기력으로 4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경기 후 스크럼 인터뷰에 나선 고 감독은 패인을 묻는 질문에 “1·2세트는 저희가 준비했던 조합들이 안 좋게 작용한 것 같다. 준비가 잘못됐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폼이 되게 좋았는데, 오늘 아쉽게 (경기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좀 더 유연한 조합을 짰어야 이길 수 있었을텐데, 그걸 못한 것이 감독인 제 잘못이다”라고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동빈 젠지 감독, “선수들은 잘했다…감독인 내 잘못 커” [롤드컵]
패배 후 퇴장하는 ‘쵸비’ 정지훈. LoL Esports

젠지는 2세트에 승률이 높은 블루 진영이 아닌 레드 진영을 골랐다. 고 감독은 “코치진끼리 고민이 많았다. 밴을 준비한 부분에서 레드 진영 쪽으로 한 번 가봐야 바텀 라인 등 전체적인 밴픽을 좀 더 맞춰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고 레드 진영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또 2세트에 ‘럼블’, ‘자르반 4세’, ‘오리아나’, ‘자야’, ‘레나타 글라스크’ 등 이번 대회에서 오버 파워(OP)로 평가받는 챔피언들을 상대에게 넘겨줬다. 이로 인해 젠지의 밴픽은 난해하다는 평가가 따랐다. 고 감독은 “준비 해온 대로는 됐지만, 경기 난이도가 높았다”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레나타’라는 챔피언 상대로 준비가 미흡했던 것이다”라고 전했다.

마지막 5세트에서는 어떤 부분이 부족해 패배했다고 진단했을까. 고 감독은 “초반에 힘든 상황들을 많이 풀어서 어떻게 보면 유리한 상황까지 왔었는데, 교전하는 부분에서 아쉽게 한 두 번씩 지다 보니 조합적인 힘 자체가 상대방이 좀 더 단단해지면서 저희가 이기기 힘들어진 조합이 됐다”고 말했다.

젠지는 유력한 우승 후보였음에도 8강에서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고 감독은 “우승 후보로 계속 뽑혔던 만큼 더 높은 곳에 가고 싶었고,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면서도 “빠르게 탈락하게 돼서, 못 보여준 게 많아서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고동빈 젠지 감독, “선수들은 잘했다…감독인 내 잘못 커” [롤드컵]
젠지e스포츠의 ‘페이즈’ 김수환. LoL Esports

탈락에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했을 수 있다. 스위스 스테이지 이후 장기 휴식이나, 지난 ‘2023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당시 패배가 영향을 주진 않았을까. 고 감독은 “그런 부분에서 (영향을 받은 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계속 준비했던 부분이 안 먹힌 게 가장 큰 패배 요인이다”라고 진단했다.
 
젠지는 LCK를 3연속 우승한 팀임에도 국제전에서 유독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고 감독은 “감독인 제가 국제 대회에 나왔을 때면 항상 빠르게 탈락했다. 국내 대회를 준비할 때랑 해외 대회를 준비할 때 환경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는데, 제가 적응을 잘 못해 진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항상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책했다.

고 감독은 “젠지가 내년 시즌에 국제전에서 좀 더 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이렇게 아쉽게 끝났지만,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고동빈 젠지 감독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어" | 쿠키뉴스

부산=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