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 있을 힘도 없어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눈물 [자기전1분]

기사승인 2023-11-23 21: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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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서 있을 힘도 없어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눈물 [자기전1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이영옥씨가 23일 서울역 앞에서 바닥에 앉아 지나가는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23일 오전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역 앞에 섰습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기소된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13명의 기업 관계자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두 달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에 유죄 선고를 촉구했습니다.

지난 2021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기업 관계자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과 폐 질환·천식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이제 서 있을 힘도 없어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눈물 [자기전1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이영옥씨가 23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유죄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이영옥씨는 서 있을 힘이 없다며 차가운 바닥에 앉아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산후조리원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이용한 뒤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다"라며 "온몸이 노쇠하고 너덜너덜해진 상태지만, SK가 살인 행진을 하고도 버젓이 국민들에게 생필품을 파는 것이 통탄스러워 죽기 살기로 덤비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서 있을 힘도 없어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눈물 [자기전1분]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3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유죄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채경선 831사회적가치연대 대표는 "국민들 대다수는 '특별법도 만들어지고 대통령의 사과도 있었으니 해결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텐데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해결된 것이 없다. 유해 물질을 최초로 개발한 SK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1835명이 죽어갈 동안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라며 울먹였습니다.
  '이제 서 있을 힘도 없어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눈물 [자기전1분]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3일 서울역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유죄촉구 탄원서를 시민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유죄촉구 탄원서 캠페인을 벌였습니다.시민에게 탄원서의 취지를 설명하며 서명을 요청했지만, 대다수 시민은 모른 채 지나쳤습니다. 
장동엽 가습기넷 상임간사와 채경선 대표는 "가해 기업들에 유죄 선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에게 배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의 적극적인 탄원서 서명을 호소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종합포털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 수는 지난 10월 31일 기준 7877명(생존 6042명, 사망 1835명)입니다. 가습기살균제 판매가 중단된 지 17년이 흘렀지만 피해자 중 폐 손상 1·2단계 인정자 500여 명을 제외하곤 제대로된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