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입병, 약 먹어도 낫지 않으면 구강암 의심 [진료실에서] 

글‧이명철 원자력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기사승인 2023-12-11 07: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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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입병, 약 먹어도 낫지 않으면 구강암 의심 [진료실에서] 

직장인 박모씨는 올해 초부터 입속 여기저기에 생긴 구내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최근 혀에 생긴 염증이 약을 먹어도 낫지 않고 2주 넘게 끌면서 걱정이 많았다. 식사를 못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고 급기야 출혈까지 생기자 박씨는 이비인후과를 찾았고 구강암 진단을 받았다.
 
구내염은 보통 7∼10일이 지나면 증세가 나아진다. 반면 구강암은 혀나 점막에 생긴 붉은색 또는 흰색의 반점이나 궤양이 점점 커지고 통증과 함께 3∼4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입안 부기, 구강 일부 변색, 치아 흔들림 증상 등이 있으면 구강암을 의심할 수 있다. 
 
구강암은 혀, 혀 밑바닥, 볼점막, 잇몸, 입천장, 입술, 턱뼈 등에 생기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암의 기원이 되는 세포 분류에 따르면 구강점막의 편평세포에서 생기는 편평상피세포암이 구강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밖에 침샘에 생기는 침샘암, 점막아래 근육이나 뼈에서 생기는 육종, 멜라닌세포에서 생기는 흑색종, 혈액암인 림프종 등이 있다.
 
구강암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흡연, 음주,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 등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흡연과 음주를 즐기는 남성 발병률이 높아 평소 금연과 절주를 실천해야 한다. 또한, 잘 맞지 않는 틀니나 치아 보철물로 인해 구강 점막이 지속적으로 손상을 입으면 구강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정기검진으로 관리해야 한다.
 
진단은 전문의가 직접 입 속을 들여다보는 육안 검사나 내시경 검사를 시행한 후 조직 검사로 이뤄진다. 구강암이 의심되면 다른 부위의 전이 검사를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등의 정밀 영상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초기 구강암은 간단한 수술만으로 치료될 수 있으므로 발견 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이 진행된 암은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 수술이 어렵거나 진행된 구강암은 항암치료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고, 방사선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항암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구강암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흔한 암은 아니지만 감염으로 인해 입안에 염증이 생기는 구내염과 증상이 비슷해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진행된 암은 절제 부위가 넓어져 기능적 손상과 외형적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입병을 구내염이나 잇몸병으로 혼자 속단해 약으로 견디는 경우가 많다. 잘 낫지 않고 자주 재발하면 구강암을 의심하고 반드시 전문 병원을 찾아 진료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