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릉은 ‘동식물의 보고’...생태가치 재평가·관리기구 절실

기사승인 2023-12-11 10: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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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은 ‘동식물의 보고’...생태가치 재평가·관리기구 절실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에 서식하고 있는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제323-2호 및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사진=곽경근 대기자

“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방해받지 않고 편히 쉬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인간과 격리된 휴식 공간이 필요하지요.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사라져가고 있는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서식지 복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추어 야생동물 사진작가이자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A씨의 말이다. 이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최근 경기도에 위치한 조선왕릉의 생태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기도에는 총 12개의 조선왕릉이 존재한다. 김포 장릉, 파주 장릉, 파주 삼릉, 고양 서삼릉, 고양 서오릉, 양주 온릉, 구리 동구릉, 남양주 사릉, 남양주 광릉, 남양주 홍유릉, 여주 영녕릉, 화성 융건릉이다. 

민간참여 체계적 탐사 필요

특히 남양주에는 왕릉 3곳이 몰려있다. 모두 생태공원으로 조성돼 보전되는 곳이다. 남양주 광릉숲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까막딱따구리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건 법령에 따라 역사문화환경 보호지역으로 유지돼서다.

이와 관련 남양주를 지역구로 둔 유호준 경기도의원은 “크낙새가 남양주시 광릉숲에서 1993년 마지막으로 발견된 뒤 자취를 감췄다. 그만큼 광릉 같이 오래 보전된 조선왕릉 숲에는 여러 생태계 동식물이 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생태가치가 있는 조선왕릉 숲을 대상으로 문화재청과 협의해 민간참여형으로 생태조사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조선왕릉의 생태가치를 분석하기 위한 조사를 촉구했다.
 
경기도는 현재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에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생물다양성 탐사 2900건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한 시민탐사자는 979명에 달한다. 하지만 탐사를 결과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구축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민간의 공모 등을 통해 생태다양성의 단순한 탐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조선왕릉의 생태적 가치를 환기시킬 수 있은 세미나나 포럼과 같은 학술적인 의미를 찾는 시도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탐사와 학술적 성과를 정기 간행물로 발행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 조선왕릉도 관광이나 문화유산의 의미를 넘어 생태가치 보전을 위해 필요한 곳이란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별도 예산 편성 선행돼야

이를 위해선 예산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은 생물다양성탐사 사업 확장을 위한 예산을 1억2000만원에서 내년 3억5000만원으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만 관련 예산은 지역 하천 등에 집중돼 있어 조선왕릉 생태가치 조사를 위한 추가 예산이 시급하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아직 예산이 확정된 건 없는데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며 “단순하게 시범 사업으로 한두개씩 시작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경기도에 있는 조선왕릉의 생태적 가치를 발전시킬 방향을 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왕릉은 ‘동식물의 보고’...생태가치 재평가·관리기구 절실
유호준 경기도의원
 
경기도 차원 컨트롤타워 마련을

그러면서 경기도 차원에서 조선왕릉의 생태가치 조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나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유 의원은 “시군에게 위임된 건 고유사무는 아니다. 시군에서도 할 수 있지만 경기도에서도 할 수 있는 사무다. 조선왕릉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기록을 남겨서 보전시키는 게 중요하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생물들이 거기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조선왕릉이 한 시군에 모여 있으면 모르겠지만 구리, 남양주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우선 조선왕릉에 대한 콘텐츠를 명확히 파악한 후, 관리하는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을 시군으로 떠 넘기면 각자 호환이 잘될지 걱정된다. 경기도에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일괄적으로 지휘 감독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