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안긴 ‘이재명 피습’, 과거 정치인 테러 사례는

송영길 ‘망치’·박근혜 ‘커터칼’…‘계란 투척’은 빈번 
선거 앞두고 주목받는 정치인 주로 표적
“양극화 정치, 유권자에도 영향…극단적 형태로 발현”

기사승인 2024-01-03 17: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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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안긴 ‘이재명 피습’, 과거 정치인 테러 사례는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지난 2일 부산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자를 가장한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응급 수술 후 회복 중이다. 

정치인 테러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인데 민주화된 이후에도 극단적인 테러는 종종 벌어졌다. 특히 큰 선거를 앞두고 다른 주장을 하는 정치인을 표적으로 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20대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7일 송영길 전 대표가 신촌 유세 도중 한 70대 유튜버가 휘두른 망치에 맞는 테러가 발생했다.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둔 가운데 정치권은 선거에 행여 여파가 있을까 긴장했다.

‘종전선언’ ‘통일’ 등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장해 온 유튜버는 송 전 대표가 ‘예정대로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수사 결과 밝혀졌다. 

지난 2006년 지선에 앞서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이 지원 유세 중 ‘커터칼 테러’를 당했다. 우측 얼굴에 11cm가량의 상처를 입어 60바늘을 꿰매는 봉합수술을 받았다.

검거된 범인 지충호씨는 폭력 등 전과 8범으로 10년 넘게 옥살이를 한 게 억울해 테러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당시 야당 대표인 박 전 대통령이 테러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배후 세력 의혹도 잠시 불거졌다.

국내 정치인은 아니지만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테러 사건도 있었다. 2015년 3월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조찬 행사에서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정전협정 대신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장한 테러범이 과도를 사용해 테러를 감행한 것이다. 한미 동맹 철회라는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했다.

정치인을 향한 계란 투척은 더욱 빈번하다. 상해의 수준은 아니기에 선처되는 게 대부분이지만 엄연히 폭력 범죄에 해당한다. 지난해 3월 31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 80대 남성이 계란 투척을 하려다 미수에 그쳤으며, 대선 국면이던 2021년 말 경북 성주와 포항을 각각 방문한 이 대표를 향해 계란 투척을 감행한 사례도 있다. 이외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계란 투척 사례는 많다.

종합해보면 큰 선거를 앞두고 다른 생각을 가진 정치인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이를 이슈화하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게 민주사회의 기본 덕목이지만 이를 거부하는 이들 중 극단적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정치·사회학자들은 ‘다름’을 인정하는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했다. 분열과 단절이 아닌 화합과 합의가 정치의 본질이지만 현재 양극화된 정치권의 모습이 이번 테러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일 쿠키뉴스에 “본래 정치의 본질은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토론해 합의점을 이끄는 것인데 어느 순간 종적을 감췄다”며 “이번 테러는 현실 정치의 양극화가 유권자들에게도 점차 전이되고, 일부 극단적인 모습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엄 교수는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피의자라고 해서 만나지 않고 야당을 악마화하는데 누가 존중할 수 있겠느냐”며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정치를 통해 분란을 자초·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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