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싱그러운 우즈의 청춘 [쿡리뷰]

우즈 마지막 콘서트 ‘우-리’ 피날레 현장
22일 입대해 육군 현악대 복무

기사승인 2024-01-19 22: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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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싱그러운 우즈의 청춘 [쿡리뷰]
가수 우즈 콘서트 현장. 이담엔터테인먼트

록이 한물간 음악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가수 우즈는 전자기타의 굉음으로 20대 관객들을 날뛰게 했다. 달음질하는 리듬에 춤추는 건 드럼 스틱만이 아니었다. 우즈는 고개를 들썩였고 관객은 응원봉을 휘둘렀다. 1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연 콘서트에서다. 입대를 사흘 앞두고 단 하루 허락된 이 공연에서 우즈는 젊음의 혈기와 싱그러움을 관객들 앞에 쏟아놨다.

우즈를 Mnet ‘프로듀스X101’ 속 아이돌 연습생으로 기억한다면 그의 음악 폭에 놀라리라. 아이돌 그룹 시절 랩이 주특기였던 우즈는 2022년 ‘컬러풀 트라우마’(Colorful Trauma) 음반을 기점으로 펑크팝 흐름에 몸을 맡겼다. 이날 공연 제목과 동명인 ‘우-리’(OO-LI) 음반엔 1990년대 유행하던 메탈 사운드를 가져왔다. Mnet ‘쇼미더머니’ 시즌5에서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래퍼 플로우식과 겨뤘을 만큼 랩 실력이 뛰어나면서도, 고등학교에서 실용무용을 전공한 ‘춤 실력자’다. 노래를 직접 만들어 부르는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그러니 ‘올라운드 아티스트’라는 소속사 소개에 고개가 끄덕여질밖에. 우즈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풀어놓을 태세로 공연 세트리스트를 짰다. 첫 곡 ‘딥 딥 슬립’(Deep Deep Sleep)은 분위기가 몽환적이라 마치 우즈의 우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이날 공연을 위해 새로 만들었다는 ‘브라이트 라이트 플리커’(Bright Light Flicker)는 중독성이 강해 관객을 금세 흥얼거리게 했다. 우즈의 젊음은 대담했다. 2층 객석보다도 높은 무대에서 눈 하나 깜짝 않고 노래를 불렀다. 그 높이에 놀랄 틈도 없이 ‘액시덴트’(Accident), ‘하이잭’(Highjack), ‘후 노우즈’(Who Knows) 등 기세 좋은 록 음악이 관객을 흥분시켰다.

뜨겁고 싱그러운 우즈의 청춘 [쿡리뷰]
우즈. 이담엔터테인먼트

우즈의 젊음은 관능적이기도 했다. 그가 기타 줄을 긁으며 ‘럴러바이’(LULLABY)를 부르자 관객들은 긴장하고 집중하느라 숨을 죽였다. 우즈의 젊음은 또한 싱그러웠다. 그가 보사노바풍의 ‘와이키키’와 애절한 가사를 가진 ‘블레스 유’(Bless You)를 부를 땐 관객은 가슴이 간지러웠다. 무엇보다 우즈의 젊음은 뜨거웠다. 앙코르 전 마지막 곡으로 ‘드라우닝’(Drowning)을 선곡해 핏대를 세우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청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전광판에선 비가 내렸다. 머리카락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속이 후련하도록 그는 자유로워 보였다.

“벌써 마지막 곡을 남겨두고 있네요.” 공연이 끝을 향해 달릴수록 우즈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한 번 더”로 시작한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 외침은 “조승연(우즈 본명)” “가지 마” “조승연 사랑해”로 이어졌다. 이번 공연이 조승연과 팬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1996년생인 우즈 오는 22일 입대해 육군 군악대로 복무한다. 준비된 객석 8000여석은 예매가 시작하자마자 모두 팔렸다. 공연장엔 암표 구매상을 잡아내는 일명 ‘암행어사’가 곳곳에 퍼져 있었다. 객석에선 팬들뿐 아니라 평소 우즈와 친분이 깊은 그룹 갓세븐 멤버 유겸도 친구를 응원했다.

이날 공연은 우즈가 지난 7개월간 이어온 월드투어의 마침표를 찍는 자리였다. 우즈는 지난해 5월 ‘우-리’라는 제목으로 서울 등 전 세계 9개 도시를 돌며 콘서트를 열었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앙코르 투어를 한국, 일본, 미국, 태국 등에서 개최했다. 긴 여정을 마치고 새 챕터를 앞둔 우즈는 “이 자리가 무척 그리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여러분 눈을 보면 얘기를 못할 것 같다”며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고 두 눈은 감은 채로 그는 말했다. “제가 바라는 건 딱 하나예요. 여러분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루하루 보내는 것. 제가 거기에 보탬이 될 수 없어 슬프지만…. 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드릴게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