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셔널 팝? 보이후드 팝? 그게 다 뭔데

‘독자적 음악 장르’ 강조한 K팝 아이돌 연이어 등장
“대중친화적인 팝 음악으로 존재감 각인하려는 마케팅 전략”

기사승인 2024-01-27 12: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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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셔널 팝? 보이후드 팝? 그게 다 뭔데
그룹 라이즈. SM엔터테인먼트
이모셔널 팝? 보이후드 팝? 그게 다 뭔데
그룹 투어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펑키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겟 어 기타’(Get A Guitar), 쿨하게 ‘스웨그’를 드러내는 ‘토크 색시’(Talk Saxy), 감미롭고 몽환적인 ‘러브 119’(Love 119)…. 각기 다른 분위기의 노래들을 한 단어로 엮을 수 있을까. 그룹 라이즈는 분위기도 장르도 다른 세 곡을 ‘이모셔널 팝’으로 통합한다. 직역하면 ‘감정적인 음악’이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이모셔널 팝을 “라이즈의 독자적 음악 장르”라고 소개한다. “멤버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담은 음악”이라는 게 이형국 SM 위저드 프로덕션 총괄 디렉터의 설명이다.

새로운 용어로 음악 장르를 제시해 개성을 드러내는 팀은 라이즈뿐만이 아니다. ‘세븐틴 동생그룹’으로 관심받은 그룹 투어스는 ‘보이후드 팝’을 독자적 음악 장르로 내세웠다. 음악을 통해 소년 시절을 표현하겠다는 전략이다. 멤버들은 지난 22일 데뷔 당시 “일상에서 아름다운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이고 감각적인 음악”이라고 보이후드 팝을 정의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엔믹스는 2022년 데뷔 때부터 ‘믹스 팝’이라 이름 붙인 음악을 냈다. 두 개 이상의 음악 장르를 한 곡 안에 섞어 다양한 느낌을 주는 노래가 믹스 팝이다.

K팝 가수들이 독자적 장르를 강조하며 데뷔하는 흐름은 “대중에게 가수의 정체성을 각인하는 마케팅 전략”(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이 확산하며 생겨났다. K팝 기획사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새로운 음악 용어를 만들거나 기존 용어를 전유해 소속 가수를 마케팅했다. ‘컨템포러리 밴드’라고 불린 그룹 샤이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SM엔터테인먼트는 K팝의 최첨단을 달리겠단 포부와 세련된 음악의 만듦새를 ‘현대적’(컨템포러리)이란 단어로 압축했다. 같은 기획사 소속 그룹 동방신기는 2003년 데뷔 당시 아카펠라 그룹을 표방했다. 멤버 개개인의 가창력을 강조한 브랜딩이었다. 그룹 트와이스는 ‘치얼 업’(CHEER UP), ‘시그널’(SIGNAL) 등 초창기 히트곡을 ‘캔디 팝’이란 신생 장르로 분류했다.

김 평론가는 “최근 보이그룹이 인지도를 얻기 어려워지면서 기존의 세계관 전략 대신 대중 친화적인 팝을 선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다른 팀과 차별화하려 이모셔널 팝, 보이후드 팝 등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요계는 이 같은 전략이 유효한 효과를 낸다고 본다. 익명을 요청한 가요계 관계자는 “여러 장르의 혼합을 시도한 믹스 팝이 엔믹스가 추구하는 스타일로 자리매김하며 팀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이모셔널 팝의 성공은 차트에서 이미 예견됐다”며 ‘러브 119’(멜론 톱100 3위) 등의 음원 성적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김 평론가는 “그룹 스트레이 키즈처럼 별다른 수식어 없이도 자신들의 음악 스타일을 각인시킨 사례도 있다”며 “(독자적 음악 장르를 앞세운 마케팅은) 그들이 어떤 음악을 발표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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