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NLL 무력화 방침과 서해 무력 충돌 가능성

글‧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기사승인 2024-02-16 09:29:13
- + 인쇄
김정은의 NLL 무력화 방침과 서해 무력 충돌 가능성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2월 14일 신형 지상대해상미사일(지대함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면서 새로운 대남 군사작전 계획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방침을 분명하게 천명했다.

김정은은 검수사격시험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고 동·서해함대 해안미사일병대대 전투편제 개편안에 대하여 ‘중요 결론’을 주었다.

그리고 “지상대해상미사일 역량을 전진배치하고 최대로 강화하여 해상국경선을 믿음직하게 방어하며 적해군의 모험적인 기도를 철저히 제압분쇄할데 대한 방도들”을 제시했다.

김정은의 이같은 결론과 방도들은 전투함 전력에서 대남 열세에 놓여 있는 북한이 앞으로는 과거의 서해교전에서처럼 남한의 전투함에 대해 북한의 전투함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지대함미사일로 공격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또한 앞으로 서해 NLL을 무력화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해상분계선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북한 로동신문은 김정은이 “한국괴뢰들이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幽靈線)인 ‘북방한계선’이라는 선을 고수해보려고 발악하며 3국 어선 및 선박단속과 해상순찰과 같은 구실을 내들고 각종 전투함선들을 우리 수역에 침범시키며 주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는 사실”에 대하여 상기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제는 북한이 “해상주권을 그 무슨 수사적 표현이나 성명, 발표문으로 지킬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행사로, 행동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김정은의 발언을 소개했다.

김정은은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함선들을 자주 침범시키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할 데 대한 중요지시”를 내렸다.

김정은은 “조선서해에 몇 개의 선이 존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또한 시비를 가릴 필요도 없다고,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북한이 서해 NLL을 무력화하고 그들이 설정한 ‘해상국경선’을 고수, 남측에 강요하겠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서해상에서 향후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북한은 연초부터 서해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수역으로 해안포 사격을 실시했다.

그리고 김정은은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현상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 체결 후인 1953년 8월 30일 유엔사 사령관이 한반도 해역에서 남북한 간의 우발적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동해 및 서해에 한국의 해군 및 공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하기 위한 선으로 설정했다.

서해의 NLL은 영해 기준 3해리를 고려하고 서해 5개 도서와 북한지역의 개략적인 중간선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그런데 1994년 11월 이후 발효된 신해양법 제3조는 영해 폭을 과거의 3해리에서 12해리 이내로 확장했다

그러자 북한은 1999년 6월 15일 제1차 서해교전(연평해전) 발발 직후 개최된 유엔사와 북한군 간 장성급회담에서 우리 함정이 먼저 사격했다면서 책임을 추궁하고 12해리 영해를 주장했다.

그리고 1999년 9월 2일 북한은 개정된 국제해양법을 토대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별보도’를 발표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일방적으로 설정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선포했다.

그러나 북한은 해군력에서의 대남 열세로 인해 그동안 NLL 무력화를 관철시키지 못하다가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최근에 다시 NLL 무력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군은 NLL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므로 만약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고 무력화를 시도하면 남북 간에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총선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고, 미국 국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상당한 전쟁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미국이 올해 대선국면에 들어가 국제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 기회를 이용해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백령도나 대청도, 소청도 포격까지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올해 1월 5일부터 7일까지 서해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수역으로 해안포 사격을 실시한 것은 유사시 백령도와 연평도 등을 초토화하기 위한 훈련을 시작한 것임을 의미할 수 있다.

북한이 2010년 1월25일부터 29일까지 백령도 동부 NLL 인근 해상을 항해금지 구역으로 선포하고, 27일과 28일 연일 NLL을 향해 ‘일제 타격식’ 포사격을 가했고, 그것이 연평도 포격으로 연결되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이 우리 군의 해상사격훈련을 트집 잡아 연평도 전역에 수백 발발의 포사격을 감행하여 병사 2명과 민간이 2명이 사망하고 민간인 가옥이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현재 남북한은 모두 상대방의 도발에 대해 ‘압도적인 대응’을 공언하고 있어 만약 북한이 한 발의 포탄을 우리 영토에 떨어뜨리면 한국군은 10발 정도의 포탄을 쏴야하고, 북한은 이에 100발 정도의 포탄으로 대응해야 하며, 한국군은 다시 1,000발 정도 포탄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남북한이 모두 ‘압도적인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 재래식 무기에서 열세에 놓여 있는 북한은 전술핵무기나 핵EMP탄 또는 핵어뢰로 대응함으로써 남북한 간의 작은 무력충돌이 단기간 내에 핵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북한의 NLL 무력화 시도시 한국군은 ‘압도적인 대응’이나 과잉 대응을 자제하고 ‘단호하면서도 절제된 비례적 대응’이 바람직해 보인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1948년 남북한에 분단정권이 수립된 후 1950년까지 북한이 무력통일의 방향으로 나아갔던 시기와 2008년 김정일의 건강이상 이후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으로 연결되었던 시기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므로 김정은의 유사시 대남 ‘평정’ 준비 지시와 서해 NLL 무력화 의지를 ‘블러핑(속이기 위한 허풍)’으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안이한 태도이다.

북한은 현재 생존이나 협상에 필요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서 핵과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목표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현상을 타파하고, 미국의 핵우산을 약화시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군사적 개입을 차단하며, 김정은이 12월 30일 전원회의에서 밝힌 것처럼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한미 및 한미일의 협력도 북한의 이 같은 ‘급진군사주의’ 목표를 좌절시키고 남북 한 간의 힘의 균형, 핵 균형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남북한 간에 힘의 균형, 핵균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북한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대남 핵 사용을 위협하고 유사시에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핵무장까지 갈 수 있는 대내적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핵잠재력이라도 시급히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를 위해 한·미·일 3국이 민간 원자력발전소에 사용할 농축우라늄 생산 및 공급을 위한 3자 국제 컨소시엄 구축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미일 공동으로 핵추진잠수함을 개발하고 운용하기 위한 컨소시엄의 구성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