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급률 더 내려라” 보험사 압박하는 금융당국

보험사 소집한 금감원
“감독권한 최대한 활용” 강조
환급률 관련 가이드라인 제시할 듯

기사승인 2024-02-21 16: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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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급률 더 내려라” 보험사 압박하는 금융당국
금융감독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의 출혈경쟁이 되풀이되자 감독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금융 질서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CEO 책임까지 언급하며 경고에 나서며 한때 130%대에서 120%대로 내려갔던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20일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오후 3시 서울 중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보험업권 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15개 주요 보험사 경영진이 모였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에 △불건전 영업 관행 개선 △리스크 관리 역량 제고 2가지를 당부했다. 특히 보험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과당경쟁과 단기실적 중심 영업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부원장은 “단기 실적주의와 판매채널의 불건전 영업을 부추기는 유인구조가 없는지 상품 설계‧성과 보상 구조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이익에 급급해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는 불건전 영업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생명보험사들 사이에서는 단기납 종신보험을 둘러싸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험료를 내는 기간이 5년이나 7년 등으로 짧은 종신보험 상품이다. 그런데 계약을 10년 이상 유지한 뒤 해지하면 보너스를 얹어 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판매 경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상에서 보장성보험은 부채로 잡히는 저축성보험과 달리 유리한 점도 장점이다. 때문에 경쟁은 더욱 과열됐다.

이에 올해 초 생보사들은 환급률을 130%대까지 올리면서 너도나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금감원은 현장, 서면점검에 나섰고 이후 일부 생보사들은 환급률을 120%대로 낮춰 판매하는 ‘꼼수’를 부렸다. 결국 금감원이 다시 개입한 셈이다.

금감원이 단기납 과열경쟁을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급률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가입자가 사망하면 유가족 등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종신보험이 마치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보험을 조기에 해지했을 때 환급금이 줄거나 없어질 수도 있는데 이런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원금 손실 등 가입자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금감원은 10년이 지난 뒤 보험사에 해지하려는 사람이 몰리면 재정건전성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본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5일 자료제출 요구 시스템(CPC)을 통해 무·저해지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2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보업계는 금감원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달 중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상한선이 110%대로 정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110%대로 내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한 바가 없다”며 “금감원 가이드라인 마련도 시간이 좀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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