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차분’·野 ‘난리’…상반된 여야 공천, 힘 잃는 정권심판론

與 조용한 공천 배경으로 중진·후보 희생 강조
野 ‘친명공천’ 문제로 내부갈등 커져
박상병 “野 공천 잡음 커지면 중도층 피로감 상승”

기사승인 2024-02-27 06:00:02
- + 인쇄
與 ‘차분’·野 ‘난리’…상반된 여야 공천, 힘 잃는 정권심판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임형택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공천이 한창인 가운데 상반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큰 잡음이 없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공천에 불복해 탈당이 벌어지는 등 혼란스럽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공천 파동으로 ‘정권심판론’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불리한 전망을 내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천에 관한 논란을 초기에 차단했다. 그는 2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공천이 유례없이 조용하게 잡음없이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감동이 없다는 억까(억지로 까다)하는 분이 있다”며 “중진과 후보자들이 감동적인 희생을 한 결과물이 조용한 공천”이라고 강조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현역 교체’ 우려를 두고 경쟁력의 여부를 꺼내들었다. 그는 “아비규환이 된 지난 선거에서 살아남은 게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이라며 “중진에게 굉장히 불리한 규칙인데도 이기지 못하는 신인은 경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대통령실 인사도 공천에서 대거 탈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전 검사장은 지난 14일 송파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컷오프됐다. 또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이동석 전 대통령실 행정관, 최지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경선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의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됐다. 공천결과를 받아든 현역의 이탈과 내분이 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위 20%’ 선정 기준을 공개하라는 지적에도 공정한 공천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을 전격 탈당한 이수진 무소속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위기 때마다 이 대표를 앞장서서 지지하고 도왔지만 지금 후회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與 ‘차분’·野 ‘난리’…상반된 여야 공천, 힘 잃는 정권심판론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또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당대표 회의에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그는 “금품 관련 재판을 받는 것은 저 혼자가 아닌데도 전략 지역을 선정한 것은 명백히 고무줄 잣대”라며 “공천 전횡이고 독재다. 당의 횡포”라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하위 10% 재심 신청이 기각된 후 기자회견을 통해 “공관위 회의도 전에 문자를 보내 기각이라고 얘기하면 이를 어떻게 수용하냐”며 “학생이 시험을 보고 나면 성적표와 시험지를 볼 수 있어야 하는 데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인지 숨기냐”고 소리 높였다.

앞서 김영주 국회 부의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했다. 그는 “민주당이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 지난 4년 한해도 빠짐없이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될 만큼 성실한 의정활동을 평가받았다”며 “어떤 근거로 하위에 평가됐는지 정성·정량평가 점수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저에 대한 하위 20% 통보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한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라며 “민주당이 잘 되길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양당의 공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총선이 40여일 남은 만큼 공천 파열음이 총선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공천에서 추가적인 파열음이 나면 ‘정권심판론’도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남은 총선 기간 투표율을 제외한 변수는 공천과 현역 물갈이다”라며 “여야가 혁신과 쇄신을 내건 상태에서 어느 쪽이 잘하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초기에 대통령실 인사 내리꽂기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결단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서로 완전히 바뀌었다”며 “윤 대통령은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고 한 비대위원장은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박 평론가는 민주당의 공천이 지지정당을 고르지 않은 중도층에 피로감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친명과 비명이 명백하게 갈라지고 있다”며 “일주일 만에 분위기가 확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천 사례를 봐도 국민의힘은 잠시 반발 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반대로 민주당에서는 탈당 후 이 대표를 저격하고 있다. 잘 못하면 ‘정권심판론’이 흔들려 수도권이 박빙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與 ‘차분’·野 ‘난리’…상반된 여야 공천, 힘 잃는 정권심판론
與 ‘차분’·野 ‘난리’…상반된 여야 공천, 힘 잃는 정권심판론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