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 주공3단지 재건축 부진한 속사정

기사승인 2024-03-12 0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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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주공3단지 재건축 부진한 속사정
서울 도봉구 창1동 주공3단지. 사진=송금종 기자 

서울 도봉구 창1동 주공3단지 재건축 사업이 시작도 전에 위기를 맞았다. 조합 설립 등 절차를 밟으려면 주민 동의가 필요한데, 다수가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대개 세입자이자 고령층으로, 이들은 추가 분담금을 우려하고 있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창1동 주공3단지는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결성 외에는 사업 진전이 없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사업을 구체화한 건 없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예비추진위가 만들어진 거지 조합이 결성된 건 아니니까 사업을 하고 싶어서 주민 의견을 듣는 정도”라고 밝혔다.

창1동 주공3단지 아파트는 준공연수가 34년 된 구축건물이다. 재건축 연한(30년)이 지난 만큼 신축 입주를 희망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현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이들도 있다. 바로 분담금 때문이다.

30대 주부 A씨는 “(재건축) 얘기는 많이 들리는데 잘 안 되는 것 같더라”며 “부모님 세대가 많이 살아서 이사를 하려면 돈을 또 더 내야 하니까 그냥 여생을 이곳에서 지내려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 연령대 입주민은 이러한 우려를 품고 있었다.
창동 주공3단지 재건축 부진한 속사정
11일 서울 도봉구 창1동 주공3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사무실 입구가 잠겨있다. 사진=송금종 기자 

단지에서 만난 70대 입주민 B씨는 “공사가 1, 2년 만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신축을 지어도) 노인은 들어가지도 못할 텐데 이럴 바엔 ‘내’ 집에서 살다가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재건축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재건축을 하면 몇 억원을 내놔야 하는데 누가 내겠느냐”고 지적했다.

85세 C씨도 “재건축을 하려면 10년이 걸리고 다른 집을 구해서 살다 와야 하는데 전세금을 대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이야 깨끗하고 공간 넓히면 좋아하겠지만, 어차피 우리는 들어가지도 못할 텐데 집을 새로 짓는다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나이 먹은 사람들 10의 8은 다 반대 한다”고 밝혔다.

추진위에 따르면 전체 2856가구 중 60대 이상이 약 1700가구다. 절반 이상이 노인 가구에 해당한다. 이는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를 얻는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창동 주공3단지 재건축 부진한 속사정
서울 도봉구 창1동 주공3단지가 재건축 추진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모금 중이다. 사진=송금종 기자 

재건축 조합 설립 동의요건에 따르면 △단지 내 아파트 각 동별 구분소유자 과반수 동의 △단지 내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4분의 3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사업을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건물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모금에도 불참자가 상당하다. 단지는 전액환급을 조건으로 각 가구당 30만원 이상 모금하고 있다.

관리사무소는 “입주민 사이에서 의견이 다르다”라며 “또 어르신이 많다보니 그분들에겐 분담금을 내는 게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재건축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분담금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고 분담금을 내더라도 가격상승분에서 고려될 텐데 당장 그 분들은 돈이 없으면 쫓겨나는 게 아니냐고 우려 한다”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