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민주당 경선 끝나자 열기 식은 ‘전북 총선판’

국민의힘 16년 만에 지역구 모두 후보 냈지만 민심 요동 없어
전북 정치 고정화된 편향성 벗고 ‘스펙트럼’ 다양화 계기 기대

입력 2024-03-18 10: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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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시선]민주당 경선 끝나자 열기 식은 ‘전북 총선판’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여야의 총선 대진표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사실상 완성되면서 각 당이 사활을 건 불꽃 튀는 본 게임이 시작됐다. 제22대 총선은 전국에서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한강·반도체·낙동강’ 3대 벨트의 승패 결과와 지역구 후보를 낸 제3지대 신당들의 선전 여부, 공천 막바지에 쏟아진 후보들의 ‘막말’ 파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다.

전북지역 10개 지역구의 대진표도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완성됐다.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경선이 벌어진 4개 지역구의 민주당 후보는 전주병 정동영, 정읍·고창 윤준병, 완주·진안·무주 안호영, 남원·장수·임실·순창 박희승 후보로 결정됐다. 

이번 총선에서 주목받는 점은 국민의힘이 전북 선거구 10곳 전 지역에 총선 후보를 내 16년 만에 전 지역에서 여야 맞대결 구도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역구별로 보면 ▲전주갑은 민주당 김윤덕, 국민의힘 양정무, 새로운미래 신원식, 무소속 방수형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전주을은 민주당 이성윤, 국민의힘 정운천, 진보당 강성희, 자유민주당 전기엽, 자유통일당 오삼례, 무소속 김광종 후보 등이 경쟁한다. 

▲전주병은 민주당 정동영, 국민의힘 전희재, 녹색정의당 한병옥 후보간 3파전이고, ▲익산갑은 민주당 이춘석, 국민의힘 김민서, 진보당 전권희 후보가 겨룬다. ▲익산을은 민주당 한병도, 국민의힘 문용회, 개혁신당 황세연 후보간 싸움이고 ▲군산‧김제‧부안갑은 민주당 신영대, 국민의힘 오지성 후보의 맞대결 구도다.

▲군산‧김제‧부안을은 민주당 이원택, 국민의힘 최홍우, 자유통일당 박규남, 무소속 김종훈 후보가 승부를 펼치고, ▲정읍‧고창은 민주당 윤준병, 국민의힘 최용운, 자유통일당 정후영, 무소속 안제륭 후보 간 4파전으로 치러진다. 

▲남원‧임실‧순창‧장수는 민주당 박희승, 국민의힘 강병무, 새로운미래 한기대, 한국농어민당 황의돈 후보가 금배지 싸움을 벌이고, ▲완주‧진안‧무주는 민주당 안호영, 국민의힘 이인숙, 자유통일당 오덕순 후보가 자웅을 겨룬다. 

또 민주당 공천에서 ‘현역 불패’로 비유될 정도로 전·현직 의원이 강세를 띤 것도 주목된다. 현역 의원 6명이 다시 공천됐고, 2명은 다선 중진 의원들의 회귀로 새로운 인물의 물갈이 폭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민주당 공천에서 이번에도 청년과 여성 후보는 찾아볼 수 없다. 몇 개 지역구에서 젊은 신인들이 열심히 뛰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성윤 후보가 신인으로 경선에 임했다고 하나 낙하산 공천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여성의 경우도 비례대표인 양경숙 의원이 일찍이 내려와 활동했으나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민의힘 역시 조배숙 전북도당위원장과 허남주·정선화 지역위원장이 모두 지역구에는 출마하지 않고 비례정당으로 옮겨갔다. 그동안 각 당은 ‘청년과 여성, 정치 신인을 적극 발굴해 공천하겠다’고 강조해 왔으나 헛구호가 됐다.

이번 총선서 또 유념해야 할 것은 제3지대 신당들의 약진 여부다. 전북 선거구도 흐름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이낙연 신당인 새로운미래가 전북 2개 지역구에 후보를 냈고 개혁신당 등 일부에서 후보 추가 등록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역구보단 비례에 집중하고 있는 조국혁신당의 비례지지율도 거대양당에 버금가는 ‘돌풍’의 진원이 될 수 있다.

전북은 대부분 선거구에서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나 다름없는 지역 정서상 전주을 지역구를 제외하고는 선거열기가 시들하다. ‘3당 3자 대결’이 펼쳐질 전주을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피할 수 없는 승부처로 손꼽힌다. 민주당은 이성윤 후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고,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는 전북 정치권에 불기 시작한 여야 협치 흐름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렇다 보니 민주당 경선이 본선보다 더욱 치열해 경선이 비방과 흑색선전 등 진흙탕 싸움으로 치달아 도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정책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고 상대 후보 흠집내기와 ‘이재명 앞세우기’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여 큰 반감을 사고 있다. 

사실 서민들의 근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 물가와 집값, 기름값 등이 오르면서 서민 경제를 위협하고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또 정부와 의료계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의료 대란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버거운데 정치인들은 지역 경제와 민생은 뒷전이고 자기들끼리 싸움질만 하고 있는 꼴이다.

각 당 후보들은 이제라도 유권자들에게 지역 공약을 제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도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우선 돼야 하는지 심사숙고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 정책 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저속철’이란 오명을 받고 있는 전라선의 고속철화를 약속했다.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익산부터 여수까지 180km 구간을 고속철도망으로 연결해 기존 150㎞의 속도를 250㎞로 대폭 올리겠다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도 지속적으로 전라선 고속화 사업을 건의해 왔던 사항인데 정작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전라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전북 선거판도 바뀌어야 한다. 후보들은 한국의 정치 발전과 지역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면 각 정당들도 ‘텃밭’ 여부를 떠나 지역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굴해 제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20년 넘게 고정화된 ‘민주당 텃밭’에서 이번에는 정치적 유동성이 높아져 유권자의 민심이 요동칠 수 있을지, 특권의식처럼 돼 있는 정치의 편향성에도 변화가 있을지 두고 봐야겠지만 정책과 실리를 추구하는 전북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보다 다양해지길 기대해 본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