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럿코 잊어’…LG 엔스, ‘외인 리스크’ 지우나

엔스, 첫 경기 QS로 호투하며 승리 거둬
초반 흔들렸지만 이후 위력적인 구위로 상대 제압
지난해 플럿코에 당한 LG, 엔스가 메울까

기사승인 2024-03-23 16: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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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럿코 잊어’…LG 엔스, ‘외인 리스크’ 지우나
역투하는 엔스. 연합뉴스

LG 트윈스 새로운 외국인 투수인 디트릭 엔스(34)가 KBO리그 데뷔 첫 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엔스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 개막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7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엔스의 평균자책점은 3.00이 됐다. LG 트윈스는 한화 이글스를 8-2로 꺾고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날 엔스는 시속 150km 안팎 패스트볼과 커터,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져 경기를 풀어갔다. 

1회를 세 타자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엔스는 2회 선두타자 노시환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후속타자 채은성에도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에 몰렸다. 하지만 엔스는 문현빈을 번트 아웃으로 잡은 뒤 김강민을 유격수 병살타로 잠재우며 위기를 탈출했다.

팀이 2득점을 지원하며 2-0으로 앞선 3회 마운드에 오른 엔스는 선두타자 하주석에 우선상 2루타를 헌납했다. 후속타자 최재훈이 우전 안타를 때리면서 엔스는 무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절체절명 위기에서 정은원을 범타로 처리했지만 요나단 페라자에 좌측 라인으로 흐르는 1타점 2루타를 내줬다. 이후 노시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추가 실점은 막았다. 

실점 후 흔들린 엔스는 4회 채은성과 문현빈을 각각 중전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이어 김강민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에 완벽히 당하며 무사 만루에 몰렸다. 여기서 하주석을 투수 땅볼로 잡았지만 최재훈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실점했다. 후속타자를 모두 범타로 막았지만 아쉬운 사구로 동점을 내준 엔스다.

하지만 타순이 2바퀴 돌자 엔스는 상대를 완전히 파악하고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5회 한화 이글스 중심타선 안치홍-노시환-채은성을 모두 범타로 잡았다.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변화하는 커터가 효과적이었다.

6회 또한 삼자범퇴로 마친 엔스는 이후 마운드를 불펜진에 넘겼다. LG 트윈스는 리드를 지키며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고, 엔스도 KBO리그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엔스는 ‘괴물’ 류현진 상대라는 부담감 속에도 좋은 경기력으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거뒀다. 

‘플럿코 잊어’…LG 엔스, ‘외인 리스크’ 지우나
위기를 넘긴 후 기뻐하는 엔스. 연합뉴스

지난 시즌 LG 트윈스는 ‘외인 리스크’를 노출했다. 케이시 켈리와 오스틴 딘은 외국인 선수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다만 ‘1선발’ 아담 플럿코가 문제였다.

플럿코는 2023시즌 11승3패 평균자책점 2.41(123.1이닝 33자책)로 맹활약했다. WAR(대체 선수 이상의 승수) 4.58로 팀 투수진 중 1위에 올랐다. 그만큼 플럿코는 LG 트윈스 마운드를 책임졌다.

하지만 플럿코는 ‘워크에식’ 논란을 일으키며 ‘문제아’로 전락했다. 가장 치열한 순위 싸움이 진행되던 8월에 플럿코는 골타박 부상을 호소하며 1군에서 말소됐다. 그러나 의료진이 부상 부위에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냈음에도 미국 현지 주치의의 의견을 토대로 복귀를 거부했다. 결국 플럿코는 방출됐고, LG 트윈스는 외국인 투수 없이 힘겨운 시즌을 치러야 했다. 우승을 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실패했다면 플럿코가 가장 큰 원흉임이 분명했다. 

LG 트윈스는 올 시즌 플럿코의 빈자리를 엔스로 메웠다. 2021시즌 메이저리그(MLB) 템파베이 레이스에서 2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2.82로 활약했던 엔스는 2022시즌에 일본 프로야구(NPB)에 진출해 10승(7패)을 거두며 아시아 무대 경쟁력을 입증했다. 자연스레 엔스는 올 시즌 LG 트윈스 ‘1선발’ 중책을 맡았다. 염경엽 감독도 엔스에 대해 “1선발로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엔스는 시범경기 2경기 평균자책점 1.80(10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기대를 모았다. 탈삼진도 12개나 잡아내며 위력적인 구위도 드러냈다. 그리고 이날, 정규시즌 첫 경기에서 엔스는 초반 흔들리는 듯 보였지만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한화 이글스 타자들은 엔스의 구위에 눌리며 쉽사리 정타를 만들지 못했다.

한국 무대 첫발을 잘 내디딘 엔스가 이 기세를 이어 정규시즌 꾸준한 활약으로 쌍둥이 군단을 이끌지 주목된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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