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돌파 ‘파묘’의 여러 순간들 [‘파묘’들다]

기사승인 2024-03-25 11: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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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돌파 ‘파묘’의 여러 순간들 [‘파묘’들다]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32, 23, 3. 1000만 고지를 넘어선 영화 ‘파묘’를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개봉 32일 만에 진기록을 쓴 ‘파묘’는 한국영화 중 23번째로 1000만 영화 대열에 이름 올렸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서울의 봄’보다도 빠른 속도다.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 작품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기록이다. 개봉 전부터 기대작으로 꼽혔던 ‘파묘’는 연일 화제를 모으며 한국영화계 새 역사를 썼다.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까지 거쳐 온 순간들을 키워드로 되짚어봤다.

‘오컬트는 안 된다’던 편견을 깨다

영화계 안팎에서 ‘파묘’에 거는 기대가 높았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장재현 감독 신작인 데다 묘를 파헤친다는 소재에서 오는 호기심이 컸다. 개봉 이후 기대에 부응하듯 폭발적인 흥행세를 보였으나 1000만 돌파 가능성을 두곤 의견이 분분했다. 비교적 대중적이지 않은 오컬트 장르여서다. ‘곡성’(감독 나홍진·687만9908명) 역시 1000만 관객은 넘지 못했다. 하지만 개봉 23일 만인 지난 24일 누적 관객 1020만9064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기록, 새 역사를 썼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관계자는 “당초 ‘파묘’는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라고 평가받았으나 소재로 중장년층에 관심을 얻고 캐릭터와 설정, 완성도로 ‘덕심’을 자극해 젊은 층 팬덤을 확보하며 1000만 관객을 넘어설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1000만 돌파 ‘파묘’의 여러 순간들 [‘파묘’들다]
‘파묘’ 무대인사 현장 모습. 쇼박스

‘할꾸’의 탄생

영화 팬덤 내에서 최근 유행 중인 ‘배.꾸’(배우 꾸미기) 대열에 ‘할.꾸’가 가세했다. 생소한 ‘할’의 정체는 ‘할아버지’. 배우 최민식이 판다 머리띠부터 다양한 꾸밈거리들을 덥석 받아 착용하는 모습을 보고 생긴 말이다. 쿠로미, 키티 등 캐릭터 모자를 쓴 최민식에 ‘쿠로민식’, ‘감귤민식’, ‘키티민식’ 등 여러 애칭이 따라붙었을 정도다. 팬이 짠 목도리를 매 행사마다 하고 오는 모습은 화제가 된 지 오래다.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최민식은 총 76회 진행한 무대인사 행사에 한 번도 빠짐없이 모두 참석했다. 최민식 외에도 유해진과 김고은 등 ‘파묘’에 출연한 배우들은 무대인사에 적극 참여하며 흥행 열기를 이어갔다. 

OTT 역주행

‘파묘’의 흥행으로 장재현 감독은 겹경사를 맞았다.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함은 물론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서도 전작 ‘사바하’가 역주행을 시작해서다. ‘파묘’가 인기를 얻으며 오컬트 장르를 향한 관심이 높아진 덕이다. 장 감독의 작품 외에도 국내 오컬트 영화들이 재조명되는 등 인기다. 오컬트 외길을 걸어온 장 감독은 지난 21일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관심이 고맙다”며 뿌듯해했다. ‘사바하’가 역주행한 것에 대해서도 “전작들을 보면 어릴 때 찍은 사진을 보듯 낯 뜨겁다. 좀 더 잘 만들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든다”면서 “주변에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1000만 돌파 ‘파묘’의 여러 순간들 [‘파묘’들다]
‘파묘’는 팬덤을 형성하며 인기몰이를 이어갔다. 쇼박스

‘파묘’든 사람들

CGV가 분석한 ‘파묘’의 N차 관람 비율은 6.4%. 일반 영화의 N차 관람객 평균 비율인 2.4%(개봉 첫 주 기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앞서 ‘서울의 봄’이 인기를 얻고 팬덤을 형성하며 N차 관람 비율이 9.1%까지 치솟은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파묘’ 역시 팬덤몰이에 성공하며 흥행 동력을 얻었다. 작품을 해석하고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게 팬들의 주요 놀잇감이 됐다. 감독과 관객이 만나는 GV 행사 역시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파묘’는 전 세대에서도 인기다. CGV 분석 자료에 따르면 ‘파묘’는 30대 31%, 20대 25%, 40대 22%, 50대 17% 등 고른 연령대 분포를 보인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파묘’든다(‘파묘’와 스며든다를 결합한 말)는 신조어가 탄생했을 정도다. 영화계 관계자는 “‘파묘’의 흥행으로 기존 제작자가 생각하던 대중 장르의 틀이 깨졌다”며 “업계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K무속, 이제는 세계로

‘파묘’는 해외에서도 뜨겁다. 133개국에 판권을 판 데 이어 아시아권 국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쇼박스에 따르면 ‘파묘’는 인도네시아에서 공개 20일 만에 180만 관객을 모으며 현지 개봉 한국영화 흥행 1위로 떠올랐다. 베트남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모으고 있다. 공개 3일 만에 63만 관객을 돌파, 현지 개봉 한국영화 중 개봉 첫 주 성적이 가장 높은 작품이 됐다. 공개 3일 차에 50만명을 모았던 ‘아바타2’의 기록도 상회하는 기록이다. 동 시기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듄2’, ‘쿵푸팬더4’보다도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최근에는 150만 관객을 넘겼다. 해외 영화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초청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이어 홍콩 국제영화제, 우디네 극동영화제 레드카펫 또한 밟을 예정이다.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경쟁 부문으로 초청돼 수상을 노린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