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경영권 쥔 형제…OCI 통합 중단 여파는

기사승인 2024-03-28 19: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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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그룹 경영권 쥔 형제…OCI 통합 중단 여파는
임종윤 한미약품 전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28일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 신텍스에서 열린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한미그룹 경영권이 창업주 장·차남에게 넘어갔다. 한미약품과 OCI그룹의 통합이 무산된 가운데 장·차남 측이 상속세 등의 경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 신텍스에서 열린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인 임종윤·종훈 사장이 내세운 이사진 5명이 모두 52% 이상의 표를 확보하며 선임이 의결됐다. 이로써 장·차남은 사내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변호사는 사외이사가 됐다.

지난 26일 국민연금이 한미사이언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이들 모녀 측의 지분율은 42.66%까지 집계됐고,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13%가량의 소액주주와 손을 잡으면서 무게 추는 결국 장·차남 측으로 기울었다.

이에 따라 모녀가 주도한 한미약품과 OCI의 통합은 무산됐다. 이날 OCI홀딩스는 주주총회 직후 낸 입장문을 통해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통합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모녀 측의 한미약품그룹은 OCI와 통합해 경영권을 가져가면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총 5400억원 규모다. 송영숙 회장이 2200억원, 임종윤·주현·종훈 사장이 나란히 1000억원 안팎을 떠안았다. 현재 3차까지 납부를 완료했지만 약 2000억원 이상의 세금이 남은 것으로 알려진다. 상속세를 내지 못하면 한미약품의 주식이 시장으로 대량 유통되며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

장·차남 측은 그간 “기업과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며 통합을 반대했다. 이번 주주총회 결정으로 통합은 저지했지만 장·차남 역시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장·차남 측이 글로벌 사모펀드에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투자금을 받기로 했다는 전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종윤 사장은 지난 2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차남 측은 통합 없이 안정적 경영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피력했다. 주주총회 전에 낸 입장문에서 “한미 신약 개발 명가의 전통을 잇고 1조원 투자 유치를 통해 5년 내 1조 순이익을 달성하겠다”며 “시총 50조원 탑티어 진입이라는 ‘NEW 한미약품 미래 비전’을 만들어가면서 저평가된 주가를 회복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의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도 지난 23일 입장문을 통해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장기적 발전 및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장·차남을 지원했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이날 송영숙 회장 측 이사 후보로 주주총회에 참석했으나 개표 전 자리를 떠났다. 지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주현 부회장은 “OCI와의 통합에 실패할 경우 플랜B 등의 대안은 깊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면서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조직을 지키는 결정과 조직의 최선을 위한 선택을 내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미그룹 경영권 쥔 형제…OCI 통합 중단 여파는
28일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 신텍스에서 열린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총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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