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이사회, 다양성은 어디에…‘여풍’ 없었다 [이사회 점검③]

기사승인 2024-04-05 11: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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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이사회, 다양성은 어디에…‘여풍’ 없었다 [이사회 점검③]
쿠키뉴스 자료사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국내 금융사들의 이사회는 여전히 규모나 다양성 측면에서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쿠키뉴스가 정리한 국내 5대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이사회 구성원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어떤 인물들이 새로 합류했고,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춰가고 있는지 검증했다.

4일 쿠키뉴스가 자기자본 기준 5대 생보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NH농협생명)와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이사회 구성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개 보험사 전체의 이사회 총원은 71명이었다. 지난해 이사회 총원 64명보다 7명 늘어난 인원수다.

올해 5대 생보사 이사회의 총원은 37명으로 지난해(35명)보다 2명 늘어났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총 5명에서 사내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해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총 7명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교보생명도 지난해 총 7명에서 사외이사 1명을 신규 선임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총 8명으로 인원을 늘렸다. 반대로 신한라이프는 사내이사 1명이 줄어 지난해 총 7명에서 6명(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으로 줄었다.

올해 5대 손보사 이사회의 총원은 34명으로 지난해(29명)보다 5명 늘었다. DB손해보험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하며 지난해 총 5명에서 올해 9명(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으로 늘린 영향이 컸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6명에서 사내이사 1명이 늘어난 총 7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의 이사회를 구성했다.

나머지 이사회들은 지난해 인원수를 그대로 유지했다. NH농협생명과 DB손해보험 이사진이 총 9명으로 가장 많았고, 교보생명이 총 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메리츠화재가 총 5명으로 이사회 인원이 가장 적었고, 신한라이프와 KB손해보험이 총 6명이었다.

보험사 이사회, 다양성은 어디에…‘여풍’ 없었다 [이사회 점검③]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보험사 이사회에 다양성 확보를 위한 여풍(女風)은 없었다. 10개 보험사 이사진 71명 중 여성 이사는 10명으로 14%에 그쳤다. 유일하게 삼성화재가 박성연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김소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2명이 여성 이사였다. 대부분 보험사는 여성 이사 1명씩만 선임했다. 특히 NH농협생명은 2022년 사외이사로 선임된 강혜정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의 임기가 마무리돼 9명 모두 남성 이사로 채워졌다.

10개 보험사 이사회의 직군은 전·현직 금융인이 총 30명으로 가장 많았다. 교수 출신이 23명으로 뒤를 이었고, 관료(10명)와 법조인(5명) 출신도 곳곳에 있었다. 기업인 출신 이사는 3명에 불과했다.

금융계에 오래 머무른 금융 전문가들이 꾸준히 보험사들의 이사회에 부름을 받고 있었다. 올해 새롭게 이사회에 선임된 25명의 이사 중에서도 금융인이 총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금감원이나 장관 출신 관료, 검찰청 및 변호사 출신 법조인들의 수는 줄어드는 분위기다. 교수 출신이 5명, 관료 출신이 4명으로 뒤를 이었다. 법조인은 2명이었고 기업인은 없었다.

의대 교수들이 사외이사로 합류하는 점도 눈에 띈다.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김철호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DB손해보험 사외이사, 조영민 서울대 의대 교수가 KB손해보험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업계에선 요양보험 등 신사업 강화를 위해 의료인들을 영입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회계 전문가들도 하나 둘 보험사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김수인 건국대학교 경영학과(회계) 조교수가 KB손해보험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김 교수는 과거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했으며 아모레퍼시픽그룹 감사실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NH농협생명에서 사외이사로 있는 김이배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도 과거 한국정부회계학회 회장과 금융위원회 회계제도심의위원 등을 역임한 회계 전문가다.

보험사 이사회, 다양성은 어디에…‘여풍’ 없었다 [이사회 점검③]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10개 보험사 이사회의 평균 연령은 61.6세로 집계됐다. KB손해보험에 신규 선임된 김수인 사회이사가 45세로 가장 연령이 낮았고, 신한라이프의 김용덕 사외이사가 75세로 가장 연령이 높았다.

메리츠화재는 이사회 평균 연령 56.4세로 10개 보험사 중 가장 낮았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는 1977년생으로 10개 보험사 중 유일한 40대 대표이사다. DB손해보험은 이사진 평균 연령이 66세로 가장 높았다. 이사진 9명 중 5명이 70대다.

출신 대학교는 서울대가 2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강대가 8명으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고려대와 연세대 출신이 7명씩이었다. 이화여대와 성균관대가 3명씩이고, 한국외대 출신 이사도 2명이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험사뿐 아니라 대부분 국내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 투명하지 않고, 임기 보전을 위해 의견에 따라가는 형태로 가다 보니 이사회의 독립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라며 “전문성을 가진 외부 인사가 사외이사로 참여해 회사 경영에 대해 견제도 하고 경영 방향에 대해 다른 의견도 내는 이사회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문성에 초점을 둔 이사진 영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최근 실손보험 등 최근 의료 관련 수요가 많으니 의대 교수 등 의료 인력이 필요한 것”이라며 “법 체계에 많은 변화가 있으니 법조인도 필요한 것 같고, 경영이나 회계 전문가들도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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