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투병 중 별세…향년 77세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장기간 프랑스에서 망명

기사승인 2024-04-19 05: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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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투병 중 별세…향년 77세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저서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로 잘 알려진 홍세화(77) 장발장은행장이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19일 장발장은행과 노동당 등에 따르면 홍세화 은행장은 전날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그는 지난해 2월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다. 

빈소는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유족은 부인 박일선 씨와 딸 홍수현 씨, 아들 홍용빈 씨가 있다.

홍 은행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무역회사에 취업해 유럽 주재원으로 일하던 중 ‘남조선 민족해방전선 인민위원회 사건’(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장기간 프랑스 파리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택시운전사 등으로 생계를 유지한 경험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1995년 펴내며 ‘톨레랑스’(관용)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2002년 망명 생활을 끝내고 귀국해 한겨레신문 편집국 기획위원과 진보신당 공동대표 등을 맡으며 톨레랑스의 필요성을 알렸다. 

2015년에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벌금을 낼 여력이 없어 노역할 위기에 놓인 이들에게 최고 300만원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을 설립해 은행장으로 활동해왔다.

그의 주요 저서로는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1999), '아웃사이더를 위하여'(2000),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2002), '불가사리'(2003), '빨간 신호등'(2003), '미안함에 대하여'(2020), '능력주의와 불평등'(2020) 등이 있다. 

오는 20일에는 장례식장 1층 영결식장에서 사회단체 주최로 홍세화 추모제를 거행한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