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생기는 흰 반점, 백반증일 수도

괜찮아지겠지 하고 방치하다 전신에 번지는 경우도 있어

입력 2024-04-19 15:58:16
- + 인쇄
피부에 생기는 흰 반점, 백반증일 수도
피부과전문의 박근원장(센텀모빅스피부과제공)

 보통 피부가 붉게 변하면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단순 급성 피부염은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피부가 하얗게 변한다면 빨리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피부가 하얗게 변하는 백반증은 초기에 치료하면 쉽게 치료될 뿐만 아니라 전신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반증은 멜라닌 세포가 결핍된, 경계가 명확한 백색반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대부분(73%) 아무런 선행 요인없이 발생하나 간혹 실직이나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과 같은 정신적인 긴장감 후에 발병하기도하고 피부외상, 수술이나 심한 질병을 앓은 후 발병하기도 하며 유산 및 출산 등 임신과 관련하여서도 소수에서 발병된다. 크기는 수mm에서 수십cm이며 병변의 모양은 원형이나 타원형이다. 색깔은 분필처럼 하얗거나, 우유빛을 띄는데, 예고 없이 갑자기 발병한다. 발병 후 진행이 멈추기도 하나 휴화산 같아서 언제 다시 병변이 퍼질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진행이 멈추었다가 다시 퍼지기 시작하는 경우에는 처음보다 더 빨리 퍼지는 경향이 있다. 환자의 약 반수는 서서히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며 1/3은 변화 없이 지속되고 약 10%는 급격히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병변이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병변이 생길 가능성이 많은 반면 병변부위에 흰털이 빨리 나타난 경우나 몸의 반쪽 부분에만 나타나는 분절형 백반증은 대체로 안정된 경과를 취하며 발생 1년 내 퍼짐이 멈추는 경우가 많다. 처음 발생한 병소가 손발일 경우에는 얼굴로 잘 번지며, 초발 병소가 등인 경우는 신체 다른 부위로 잘 퍼진다. 얼굴이나 팔다리 일 경우에는 다른 곳으로 퍼짐이 덜한 경향이 뚜렷하다. 병변의 분포는 얼굴과 목부위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은 몸통, 팔 그리고 다리 순이다. 출생 시부터 70세 전후까지 다양한 연령에서 발생하는데 10세 이전에 발생한 경우가 31.6%이며 54.3%가 20세 이전에 발병한다. 초발 평균 연령은 남녀 상관없이 23세 전후이다. 

 백반증은 머리털, 눈썹, 수염, 음모 같은 털에서도 발생하여 흰색 모발이 자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흰털은 백반증 전체 환자 중에서 평균 20-30%에서 관찰된다. 백반증 병변에 있는 흰털은 자연 색소 재침착은 기대할 수가 없고 광선치료만으로도 치료가 잘되지 않지만 피부 이식을 하면 피부 뿐만 아니라 흰털도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백반증의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 엑시머 레이저 치료, 피부이식수술 등이 있다. 약물치료는 주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여 병의 진행을 우선적으로 막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엑시머 레이저 치료는 국소형 백반증의 치료에 사용되며 주 2회 실시한다. 병변부에 집중적으로 많은 양의 광선을 조사할 수 있고 자외선 치료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부위의 치료가 가능하며 병변부 주위에 불필요한 자외선 조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피부이식수술은 과거에는 흡입수포이식을 하였으나 최근에는 미세천공피부이식술(SST, Skin Seeding Technique)이 도입되어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흡입수포이식술은 정상 피부에 인위적으로 수포를 만든 다음 그 수포를 얇게 벗겨내어 백반증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이다. 시술시간이 오래 걸리고 심한 통증을 동반하였다. 굴곡된 피부에는 시술이 어렵고 설령 이식에 성공하더라도 간혹 과색소 침착 현상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어 통상적으로 시술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최근에는 수술 시간, 통증, 과색소침착 등 다양한 부작용을 최소화한 SST시술이 개발되어 백반증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왔다.

 SST시술은 정상피부에서 0.4-0.8mm 크기의 피부조직을 ‘씨앗’처럼 채취하여 백반증 병변에 이식하면 ‘씨앗’속에 있던 멜라닌 세포가 퍼지면서 백반증이 치료된다는 개념이다.

 기존의 표피이식술과 달리 시술시간이 비교적 짧고 출혈이나 통증이 적은 편이다. 경험 많은 전문의의 섬세한 SST시술은 관절이나 굴곡면에도 가능하며 수술 후 흉터나 자국이 거의 남지 않아 얼굴 등 눈에 띄는 부위의 빠른 치료에 많이 선호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백반증 치료에 좋은 결과를 보여주어 병변의 치료뿐 아니라 아이들과 부모님의 정서적인 부분에서도 만족도가 높다.

 SST시술은 난치성 백반증 치료에 효과가 인정돼 최근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 부담이 크게 줄었다. 피부이식술 후에 엑시머 레이저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백반증은 그동안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생각되어왔다.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하고, 심지어 의사들도 그렿게 생각했다. 하지만 의학은 계속 발전한다. 백반증 전문의의 사명감, 최신 엑시머 레이저 장비, 꼭 낫겠다는 환자의 의지가 결합되면 백반증은 반드시 치료할 수 있다. 의학은 나날이 발전하기 때문이다.


곽병익 기자 skyhero@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