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숲으로’…대한항공 나무 심기 20년 [공존사회·공헌기업③]

기사승인 2024-05-07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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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공존’을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원을 순환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기업들의 이익 환원 아이디어도 더욱 세밀해졌다. 사회와 환경의 접점을 만들고 있는 기업들의 노력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지속가능 사회의 모범이 되는 역점사업을 모아봤다. [편집자]

‘사막을 숲으로’…대한항공 나무 심기 20년 [공존사회·공헌기업③]
지난 2004년 5월 첫 식림 활동 당시의 모습. 대한항공 임직원들과 몽골 현지 주민이 함께 나무를 심고 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칭기스칸 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150km를 달리면 바가노르구가 나온다. 몽골의 대표적인 탄광 도시다. 이곳 노천 광산의 석탄 분진은 들판을 그대로 통과해 인근 마을까지 날린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흙빛이었던 바가노르구에 2004년부터 나무를 심어왔다. 

몽골 식림 활동은 매년 대한항공 임직원 100~200명이 참여하는 큰 행사다. 임직원들 손으로 직접 나무를 심고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렇게 한땀 한땀 심은 나무만 12만 5300여 그루, 숲 면적은 총 44만 평방미터다. 서울 여의도 공원의 2배 크기인 이곳의 공식 명칭은 ‘대한항공 숲’이다. 

최근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조림지 점검 차 몽골 바가노르구를 방문했다. 생장률 95%의 우수한 관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나무가 최장 12m 높이까지 자랐다. 숲에는 곤충과 새, 작은 동물들이 모여들었다. 나무들이 처음부터 잘 자랐던 것은 아니다. 일교차가 심한 바가노르 지역의 척박한 기후와 건조한 토양 탓에 식림 작업에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꾸준함으로 승부를 봤다. 2004년부터 매년 5월 이곳을 방문했다. 사 2년차 사원들에게는 몽골에 가서 직접 나무를 심는 활동이 첫 해외 연수이자 필수 코스가 됐다. 

임직원들은 나무를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숲으로 조성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메마른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포플러, 비술나무, 차차르간(비타민 나무) 등의 수종을 선택했다. 

숲은  광산에서 날아온 분진과 먼지가 가득한  바가노르구 마을에서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다. 잘 자란 포플러 나무 한 그루는 먼지 약 30kg을 막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산소를 내뿜고 나무 뿌리로 토양의 수분을 잡아 사막화 방지에도 기여한다.

지역 주민을 선발해 조림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최근에는 현지에서 고용한 식림 전문가가 바가노르구청과 직접 나무 가지치기 및 방제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점적관수시스템을 설치해 물을 자동으로 공급하면서 나무들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조건도 갖췄다.

대한항공은 “숲 인근에 또 다른 조립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사막화를 막고 지구를 푸르게 가꾸는 글로벌 플랜팅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