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젖줄로 쏠리는 랜드마크…오세훈이 그린 한강 ‘기대반 우려반’

기사승인 2024-05-10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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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젖줄로 쏠리는 랜드마크…오세훈이 그린 한강 ‘기대반 우려반’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한강 수상 활성화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한강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한 문화도시 서울의 랜드마크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07년 3월22일 ‘한강르네상스 제2차 국제회의’에서 한 말이다. 서울의 젖줄인 한강을 지역 위상을 높이는 관광 명소이자 대표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과거 재임 시절부터 ‘한강 활성화’에 큰 관심을 보인 오 시장은 민선 8기로 다시 돌아와 지난해 ‘그레이트 한강(한강 르네상스 2.0)’, 올해 ‘한강 수상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한강 본류와 주변 지역 개발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한강 활성화’ 나선 서울시

일각에서 오 시장의 시정 행보와 향후 대권가도를 결부 짓는 상황인 만큼, 오 시장의 유별난 한강 사랑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동 출장 중인 오 시장은 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국립전시센터에서 열린 연례투자회의 미래도시 분야에서 미래 교통정책에 대해 설명하며 서울 한강을 오가는 대중교통 수단 ‘리버버스’를 소개했다. 이에 앞서 서울 관광 프로모션 ‘서울 마이 소울 인 두바이’에선 다음달 여의도 한강공원에 오픈할 보름달 형태의 계류식 가스(헬륨) 기구 ‘서울의 달’을 소개하며 관광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오 시장이 한강 활성화를 미는 배경엔 세계 주요 도시들에 비해 서울 한강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해외 주요 도시들처럼 수상·수변 활성화 사업을 통해 관광 수요를 늘리고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4일 서울시청에서 ‘한강 수상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엔 수변 공간 활성화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수상을 활성화하겠다”며 “많은 일자리, 경제 효과 창출로 서울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우선 서울시는 오는 2030년까지 총 5501억원을 투입해 ‘리버시티, 서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총 9256억원의 경제효과와 6845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1척당 199명이 동시 탑승할 수 있는 ‘한강 리버버스’가 도입된다. 이에 따라 기존 수상 택시는 폐지되고 소규모 수요 맞춤형 선박을 도입해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한강 수위가 올라가도 안전한, 물 위에 떠 있는 부유식 시설로 수상오피스와 수상호텔을 짓고 한강변에는 마리나(요트, 모터보트 등 선박을 위한 항구) 복합시설과 푸드존 등을 조성한다. 케이블 수상스키장을 운영하고 뚝섬 윈드서핑장을 완전 개방하는 등 시민들의 여가를 위한 레저시설도 대폭 늘어난다. 아울러 여의도에 선착장을 조성, 여의도~경인아라뱃길을 활성화한다. 추후에는 여의도에서 승선해 한강을 따라 서해는 물론, 중국 여행까지 여행할 수 있는 국제 여객터미널 ‘서울항’을 만든다는 목표다.

또한 시는 지난해 그레이트한강 프로젝트 일환으로 서울 마포 한강변에 지금 180m 규모의 대관람차 ‘트윈아이’ 조성 사업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는 6월에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서울의달’ 기구를 타고 150m 상공까지 올라가 한강 일대를 내려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책 읽는 한강공원’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등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이벤트도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시가 9일 발표한 ‘2023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서울시민이 생각하는 서울의 랜드마크 1위는 ‘한강’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젖줄로 쏠리는 랜드마크…오세훈이 그린 한강 ‘기대반 우려반’
서울 마포구 난지 한강공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기대만큼 비판도…경제성·환경파괴 우려 계속


오 시장의 한강 활성화 계획에 대한 기대만큼 비판도 있다. 오 시장이 이전 임기에서 진행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 당시처럼 경제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 일환으로 2006년 시작된 수상택시는 저조한 이용률로 지적받았고, 2014년 개장한 세빛섬은 1200억원대 누적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가 돼서야 흑자 전환했다.

대관람차 트윈아이만 해도 총사업비가 1조원을 넘겨 당초 계획의 2배를 이미 넘겼다. 최재란 서울시의회 의원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323회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회의에서 “서울링, 서울항, 리버버스 등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에 서울시 재정이 과도하게 투입된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오세훈 시장은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며 “대관람차 사업 역시 전액 민간자본으로만 조성할 것처럼 발표했었으나, 실제로는 SH공사의 지분참여라는 방식으로 서울시 재정을 우회 투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2028년 완공 목표인 서울시의 대관람차 사업비는 최초 4000억원으로 예상됐으나 민간사업자 참여 유도를 위해 SH공사를 출자자로 참여시키면서 사업비가 늘었다. 서울시는 총사업비 1조871억원 규모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가 리버버스 사업을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리버버스 사업성 조사’ 자료에 따르면, 시는 “사업 타당성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사업성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의 젖줄로 쏠리는 랜드마크…오세훈이 그린 한강 ‘기대반 우려반’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강 수상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리는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한강 리버시티 사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환경 파괴 우려도 나온다. 오 시장은 수상 이용객 확대로 인한 안전 문제는 물론, 친환경 선박 연료와 엔진 사용을 사용해 한강 활성화로 인한 환경파괴가 없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한강 수상 활성화 종합계획 발표 당시 “10여년 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 가장 큰 반발과 비판이 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0여년이 지나 돌이켜보면 한강의 친환경적 수상, 수변 생태계는 매우 좋아졌다”며 환경오염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토건사업에서 생태계 파괴를 피하긴 어렵다고 우려한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현재 한강 개발 계획과 10여년 전 계획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단지 오 시장이 2011년 자진사퇴하면서 추진하지 못했던 대규모 토목 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라며 “당시 토목사업은 취소되고 자연성 복원 사업만 추진되면서 수달이 돌아오고 생태계가 좋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젤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8%가량 적은 전기-디젤 하이브리드로 운행될 리버버스에 대해 “탄소 중립 대중교통 수단이라고 얘기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머지 50%는 경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 본래 없었던 추가적인 화석연료가 사용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대규모 토목사업이 진행되면 자연 생태계는 당연히 파괴될 수밖에 없다”며 “강이라는 곳은 상류에서 하류로 물이 흐르면서 모래와 흙 등 퇴적물이 쌓이고, 이러한 침전물에서 플랑크톤과 같은 생태계가 시작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어류 생태계가 지금의 한강 생태계로 잡힌 것”이라며 “서울항의 경우 5000t급 선박이 다니기 위해서는 그만큼 물이 깊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선 강바닥을 계속 긁어내야 한다. 사실상 한강 생태계가 여기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