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에 급등하는 해상운임…철강·석화 ‘고민’ 가중

- 해상운임 대표 지수 1년 새 급등
- 중동 이슈, 미-중 갈등 등 악재 겹쳐
- 중국發 철강·석화 부진, 운임 이슈까지

기사승인 2024-06-30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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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악재에 급등하는 해상운임…철강·석화 ‘고민’ 가중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 

국제 정세 불안으로 글로벌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이미 여타 리스크로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석유화학업계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30일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1일 기준 3475.60로 1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맘때쯤 900대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최근 1년 새 급등했으며, SCFI 3000선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SCFI의 급등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국제 정세 불안 이슈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여러 이슈가 겹쳐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운하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진입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데, 이곳에서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고 있어 사실상 막힌 상태다. 이 사태는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간 이어져 와 상선들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대만~네덜란드 구간을 초대형 컨테이너선(평균 속도 16.48노트) 기준으로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경우 이동거리 1만8520km로 25.5일이 소요되지만,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2만5002km로 34일이 소요된다. 이동거리 증가에 따른 운임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 가운데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최단 항로인 파나마운하는 가뭄으로 정상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또,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반도체·철강 등에 관세 인상을 발표한 점도 중국의 컨테이너선 수요를 늘렸다. 관세 인상이 적용되기 전에 수출하기 위해 컨테이너선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해운 비수기’에 해당하는 기간임에도 해상운임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철광석과 나프타 등 원재료를 수입해야 하는 철강·석유화학업계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물류운송 계열사 포스코플로우는 올 1분기 철광석·석탄 매입비로 4조4950억원을 사용, 지난해 1분기 3조9302억원 대비 약 14% 증가했다. 매입비에는 원재료 외 관세에 물류·하역비용 등이 포함된다.

반면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140달러(19만4110원)에서 이달 21일 기준 106달러(14만6969원)로 떨어졌다.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물류비용 상승으로 매입비가 증가하는 형태다. 포스코플로우 측은 물류비가 전년 대비 30%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앞서 2022년 1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SCFI가 4500까지 상승하자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의 물류비가 2배 이상 증가한 바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국내 철강·석유화학업계는 물류비 외에도 중국발(發) 공급 과잉, 중국의 자급률 상승 등 여파로 이미 오랜 부진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석유화학의 회복세를 2028년 이후로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뿐만 아니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전반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제조업은 최근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또다른 부담도 안게 됐다”고 말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해상운임 인상 요인 중 홍해 이슈 영향력은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 및 대만 해협 등 우려가 불거진다면 또 한 번 운임이 폭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출입 물류 비상대응반 등을 통해 해상운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수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