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MZ가 사는 법...먹거리 ‘공동구매’ 커뮤니티 뜬다

식품 물가 상승에 ‘집밥’ 수요 늘어…지역·학교별 공동구매
“소비자는 저렴하게, 업체는 손실 줄여” 상부상조 효과
품질·배송 책임 모호, 청약철회 안내 미흡 등 우려…소비자 주의 당부도

기사승인 2024-07-05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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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MZ가 사는 법...먹거리 ‘공동구매’ 커뮤니티 뜬다
5일 온라인 상에서 공동구매를 위해 투표 요청과 참여자를 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즉석밥도 요즘 비싸잖아요. 싸게 살 수 있어서 자주 사는 식품은 공동구매해요.”

5일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자취생 이상엽(25) 씨는 인근 주민들과 함께 식료품을 공동구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헬스장, 동호회 등에서 만난 주민들과 함께 채팅방을 개설해 공동구매 의견을 취합하고 물건을 함께 구매하며 나눈다는 설명이다. 이 씨는 “즉석밥·반찬처럼 자주 구매해야 하는 식품이나 김치찜 등 간편조리식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동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취재진이 참여한 한 지역 공동구매 채팅방에서도 식음료부터 생필품, 청소서비스 등 각종 공동구매 정보가 오가고 있었다. 개설된 지 불과 3개월 정도였지만 300명이 넘는 참여자가 모여 공동구매 참여 의사를 밝히거나 구매 후기를 남기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최근 물가가 치솟으며 식품 공동구매와 나눔, 특가 정보 공유를 위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0%를 기록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2.4%)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특히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는 농산물은 13.3% 상승하며 농축수산물 상승률(6.5%)을 끌어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결과에서도 지난 5월 대폭 오른 물가에 간편식·신선식품 등 ‘집밥’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물가 상승에 따라 외식·가공식품 등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하며 직접 구매해 집에서 먹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이에 실제로 지역·학교 등 각각 커뮤니티에서 식품을 비교적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공동구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 경우 생수, 즉석밥, 김치 등이 주를 이뤘으며 운동을 하는 2030 자취생이 많은 경우 닭가슴살을 공동구매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특히 김치찜·불고기 등 포장을 뜯고 바로 조리할 수 있는 간편조리식품이나 수요를 확인하고 주문제작하는 반찬 등의 정보 공유도 다수였다.

서울 관악·송파·반포구 등에서는 인근 동네 주민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중고거래 앱 ‘당근’, 맘카페 등을 통해 구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주최자에게 입금 후 주문을 하고 장소를 정해 픽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에서 공동구매방을 운영하는 A씨는 “물가가 많이 오르다보니 조금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하고자 시작했다”며 “누구나 주최자가 돼 혼자 사기 부담스러운 대용량 물건이나 행사 제품을 이웃과 함께 구매해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서강대 등 대학교 근처에서도 재학생과 자취생들이 오픈채팅방, 대학 앱을 사용해 통해 공동구매를 하고 있었다. 투표를 통해 공동구매할 물건을 정하고 한 장소에 모여 나누는 식이다.

판매 업체에서도 공동구매를 통해 소비자와 상부상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동구매로 수요를 판단하고 주문제작해 수량을 맞춰 재고 손실을 줄이거나 인지도를 높이는 효가가 있다는 것이다.

블로그와 밴드 등으로 공동구매를 주최하는 한 식품제조업체 관계자는 “공동구매를 진행하면 업체 측도 유통, 홍보비용 등이 줄고 손실을 줄이며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예컨대 판매 가격을 100개 이상 주문 시 1만원, 300개 이상 주문시 8000원에 올리는 등 모일수록 저렴하게 판매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다만 사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 2019년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SNS 마켓 266개를 조사한 결과 1개 마켓만 청약철회 규정을 안내·준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는 1대 1 주문제작, 공동구매 등의 사유로 청약철회가 불가하다고 고지하거나, 법정 청약철회 기간인 7일을 1~3일로 축소했다는 설명이다.

물가가 오름에 따라 공동구매로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대량구매에 따른 품질이나 주최자가 일반인일 경우 배송이 늦게오는 점 등에 대한 책임이 모호하다는 부분도 지적된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공동구매로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하는 건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체적인 소비자 피해 사례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유통기한 임박 제품 등을 판매하는 사각지대 업체들이 생길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성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공동구매가 B2C(기업대소비자거래)와 C2C(소비자간거래) 사이에 있어 전혀 모르는 제3자의 주선에 참여할 경우 리스크를 예상할 수 있다”며 “확신을 가지고 사기 전 다른 플랫폼과 비교하거나 후기를 보고 공동 구매 주최자의 신뢰도를 확인하는 등 합리적 소비를 위해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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