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쇼핑’ 화 키운 건강보험 제도…“이용절차 강화 등 규제 필요” [2024 쿠키뉴스 건강포럼]

기사승인 2024-07-04 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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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쇼핑’ 화 키운 건강보험 제도…“이용절차 강화 등 규제 필요” [2024 쿠키뉴스 건강포럼]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쿠키뉴스 건강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현재의 건강보험 제도가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이라는 화를 불러왔다는 진단이 나왔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합리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한 쿠키뉴스 건강포럼이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위한 선택과 과제’를 주제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주제 발표를 맡은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의료 이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35배 더 많다”면서 “우리 국민이 더 아픈 것이 아니라면, 병원을 많이 찾는 이유의 답은 제도에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의료 이용량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이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평균 15.7회다. OECD 평균인 5.9회의 3배에 달할 정도다. 

현행 건강보험 제도는 의료 이용이 늘어날수록 환자와 의사가 이익을 보는 체계다. 환자 입장에선 같은 건강보험료를 낸다면, 병원을 더 많이 가는 것이 만족도가 높다. 의사 역시  더 많은 의료행위를 할수록 수입이 높아진다.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행위별 수가제’라는 진료비 지불제도 때문이다.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등에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해 진료비를 산정하는 제도다. 진료 행위마다 비용을 지불하다 보니, 의료 공급자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환자 1인당 의료 이용량을 늘리는 유인 작용을 촉발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문제는 과도한 의료 이용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진료비와 국민의료비 증가율은 연평균 각각 7.41%, 8.68%다. 경상의료비 규모는 2022년 209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9.7%에 달하는 수준이다. 신 교수는 “2030년대에는 GDP 성장률이 0%대로 예상된 상태에서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을 7%로 유지해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짚었다.

고령화에 따라 국가 전체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과도한 의료 이용이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현 제도를 손보지 않는다면 2050년 1인당 부양 부담은 2024년에 비해 2.33배 높아질 전망이다. 

그는 “현행 자유방임형 이용 체계는 본인 부담을 제외하고 과잉 이용을 억제할 제도적 기재가 현실적으로 없다”며 “사회보험 체계 아래서 필요 이상의 과잉 소비가 이뤄지지 않도록 이용 체계에 대한 소비자 규제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건강보험 제도의 단기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해외 나라들은 대부분 병원을 가기 전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지,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결정해 주는 문지기 역할이 있다”며 “해외 사례를 검토해 의료 이용 절차를 강화하고, 본인부담 수준을 조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제도 개선 원칙으로는 “행위별 수가제를 넘어 양보단 질에 대한 성과를 보상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며 “공급자들이 보상을 받는 체계와 국민이 의료를 이용하는 체계, 국가 단위의 의료 자원 관리 체계를 연계해 제도가 설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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