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 앞둔 증권사, 이번에도 대형·중소형사 양극화 ‘심화’

대형 증권사 2분기 성적표 ‘맑음’…중소형사는 PF 리스크에 ‘깜깜’
투자업계 “신규 수익원 창출해야, 전략 다변화 필수”

기사승인 2024-07-06 0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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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발표 앞둔 증권사, 이번에도 대형·중소형사 양극화 ‘심화’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왔다. 대형사 위주로 실적이 늘고, 중소형사는 뒤처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는 수익성 차별화에 대한 고민까지 함께하는 상황이다.

5개 대형 증권사, 2분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 전망

6일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개 대형 증권사(삼성·미래에셋·NH투자·한국금융지주·키움증권)의 올해 2분기 합산 추정 순이익은 1조178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16.2%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의 실적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IB관련 평가손실과 차액결제거래(CFD) 충당금, PF 충당금 대비 비용 부담이 축소됐고,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증가와 해외주식수수료 상승 영향 때문이다”며 “이들 증권사들의 올 2분기 자기자본수익률(ROE)은 10.3%로 전망되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관련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삼성증권의 올 2분기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이익 전망치는 2301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1516억원 대비 52% 증가한 수치다. 리테일 영업기반을 통한 주식·해외주식·자산관리 부문에서 이익 성장성이 예상된다는 게 KB증권 측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의 2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1817억원이다. 전년 동기 1826억원 대비 소폭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이는 지난해 2분기 인수금융 및 채무보증 관련 대규모 IB 인식과 PE 엑시트에 따른 배당 520억원이 반영된 영향이다.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의 2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2227억원, 키움증권 전망치는 2077억원 이다. 한국금융지주와 키움증권의 전망치는 전년 동기에 기록한 2201억원, 1334억원 대비 각각 1.18%, 50%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순이익 전망치는 171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409억원) 대비 21%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IB 부문 회복이 경쟁사 대비 더디게 진행되는 점과 해외투자자산 관련 손실부담 지속은 불안 요소로 지적된다. 강 연구원은 “부동산펀드 관련 손상부담이 이어지는 점에서 불확실성 완화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중소형 증권사, 부동산 PF 리스크에 ‘실적 악화’ 못피해

대형 증권사들과 달리 중소형 증권사들은 실적 개선을 이루기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금융 중심으로 지난 수년간 사업을 확장한 중소형사는 부동산 PF 환경 저하로 인해 수익창출력이 크게 훼손돼서다. 한국신용평가의 국내 증권사 전체 브릿지론 리스크 분류에 따르면 중소형사의 브릿지론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높음’ 비중은 73%, 대형사(34%)의 2배가 넘어간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달 들어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기 시작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SK증권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강등했다. 아울러 하나증권에 대해 선·후순위 채권의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내렸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기업신용등급, 선순위 채권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윤재성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익스포저를 중심으로 대규모 대손비용이 발생했고 IB(기업금융) 부문 부진도 이어지면서 실적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중소형사의 경우 브릿지론 등 고위험 부동산 PF 익스포저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여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리스크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위한 추가 충당금 적립을 지속 요구해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부실우려 사업장으로 평가된 경우 충분한 충당금 설정 등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는 한편, 시장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리스크를 관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현 상황에서 중소형사들이 체질 개선을 위해 부동산 PF와 다른 수익원에 대한 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 저금리 시대에 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PF에 집중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리테일이나 자산관리(WM) 부분들을 등한시한 경향이 있다”며 “리테일과 WM은 대형사뿐 아닌 중소형사들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형사들은 단순 거래대금 증가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인 상황으로 신규 수익원은 리테일·WM에서 찾아야 한다”며 “예를 들어 공모펀드나 연금자산,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들에 집중하면서 전략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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