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신세경 “오미주 책상, 황석희 번역가 작업공간 참고했죠”

기사승인 2021-02-05 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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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신세경 “오미주 책상, 황석희 번역가 작업공간 참고했죠”
사진=배우 신세경. 나무엑터스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척추수술 이천 만 원’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하다가 허리를 펴고 앉게끔 하는 이 말은 JTBC 수목극 ‘런 온’ 속 오미주(신세경)의 방에 붙은 문구다. 장시간 앉아 작업하는 직업인의 고충이 고스란히 보이는 소품이다. 미주의 책상 위에는 각종 책과 메모, 기계식 키보드가 있다. 이처럼 드라마 속 미주의 방은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번역가의 작업실처럼 보인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서면으로 만난 배우 신세경은 “작품을 준비하며 황석희 번역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황 번역가는 영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미드소마’ ‘나이브스 아웃’ 등 다수의 작품을 작업한 번역가다.

“이재훈 PD님께서 배우들의 직업 설정과 그에 따른 요소를 섬세하게 표현하길 원하셨어요. 배우들 역시 그런 지점에서 빈틈이 드러나지 않도록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죠. 실례를 무릅쓰고 이 PD님과 황석희 번역가님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번역가님께서 자양분이 될 만한 것들을 많이 말씀해주셨어요. 덕분에 그 직업에 관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었죠. 기본적으로 작업하는 과정을 배우기도 했지만, 번역가님이 작업할 때 사용하시는 장비나 프로그램들, 실제로 걸어 두신 타이포 포스터 등 작업 공간 내에 있는 아주 작은 요소까지 그대로 참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어요. 실제로 미주의 작업 공간 역시 똑같은 모습으로 꾸려졌고요. 다른 점이 있다면 미주의 성격에 맞춰 미주의 작업 공간이 훨씬 더 너저분해요.(웃음)”

[쿠키인터뷰] 신세경 “오미주 책상, 황석희 번역가 작업공간 참고했죠”
사진=배우 신세경. 나무엑터스

‘런 온’은 여러모로 보편적인 로맨스 드라마와 달랐다. 인물의 직업을 로맨스를 위한 양념 정도로 치부하지 않고 공들여 묘사했을 뿐 아니라, 도식에서 벗어난 전개를 이어나갔다.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잘하는 번역가 오미주가 자신과 다른 언어를 쓰는 것 같은 기선겸(임시완)을 만나,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을 로맨스로 담아낸 것이다. 신세경은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연애의 단계 단계를 잘 표현해 그 설렘을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아마 평생 서로를 이해 못 하겠죠? 우리 서로를 이해 못 해도 너무 서운해하지 맙시다. 그건 불가해한 일이고, 우리는 우리라서 가능한 것들을 해나가요.’ 제가 생각하는 우리 드라마의 메시지는 16회에 이르러 미주가 선겸에게 하는 이 대사 같아요. 내가 만든 기준에 세상을 끼워 맞추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지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자는 것. 이처럼 서로를 잘 지켜가며 건강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 참 좋았어요. 서로가 다치지 않고 건강해야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런 온’을 통해 다시 한번 배웠고요.”

[쿠키인터뷰] 신세경 “오미주 책상, 황석희 번역가 작업공간 참고했죠”
사진=배우 신세경. 나무엑터스

미주가 선겸 뿐 아니라, 다른 여성 캐릭터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모습도 있었다. 미주 곁에는 가족과도 같은 박매이(이봉련)가 있었고, 갑과 을의 위치에서 친구로 발전하는 서단아(최수영)도 있었다. 각자 다른 성격, 다른 언어를 쓰는 인물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다양한 관계를 통해 비춘 것이다. ‘런 온’을 “관계성 맛집”이라고 표현한 신세경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최수영과 이봉련에게 공을 돌렸다. 최수영과 자유롭게 합을 맞추고 이봉련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 덕분에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우리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케미스트리’가 바로 ‘단미’(단아와 미주)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대본으로 두 사람을 봤을 때에도 참 웃기고 귀여운 관계다 싶어서 많이 기대했는데, 드라마 속 살아 움직이는 단미는 지금 말씀드린 그 느낌이 충분히 드러나는 것과 동시에 탄산수 한 모금을 더한 느낌이 났어요. 아마 수영이 연기하는 서단아 캐릭터가 워낙 산뜻하고 시원시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드라마 속 고정관념을 깨는 여-여 구도가 최근엔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단미와 비슷한 관계는 아직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빈틈 있는 사람끼리 계속 티격태격하다가 의도치 않게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참 좋았죠. 미주의 유일한 가족인 매이 언니가 없었더라면, 미주의 삶은 많이 달랐을 거예요. 그만큼 익숙하고 따뜻한 관계이자 서로를 잘 아는 사이로 그려지길 바랐죠.”

[쿠키인터뷰] 신세경 “오미주 책상, 황석희 번역가 작업공간 참고했죠”
사진=배우 신세경. 나무엑터스

신세경에게 ‘런 온’은 “복습하기 좋은 작품”이다. 바쁜 토끼 마냥 빠른 템포의 대사도 있지만 여러 번 곱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 대사 또한 많기 때문이다. 신세경은 ‘런 온’의 ‘말맛’나는 대사를 온전히 전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정말 좋아하는 과목의 숙제를 하는 기분이어서 늘 흥미로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일상 속 대화처럼 바로바로 상황에 흡수돼 흘러간 대사도 있겠지만, 다시 봤을 땐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반복해서 다시 곱씹을 땐 그 대사로 인해 무릎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본 속 상황들이 새로웠고, 대사가 흥미로웠어요. 각각의 캐릭터가 원래 추구하던 삶의 방식이 꽤 단단한 껍질에 싸여 있는데, 인물 간의 관계를 통해 그 껍질을 뚫고 싹을 틔울 힘을 얻는 게 참 좋았어요. 서단아처럼 본인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던 사람이 이영화(강태오)를 보기 위해 시간을 내서 달려가고, 선겸이 혼자 영화를 보러 가서 번역자의 이름이 뜰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던 모습이 제게는 그렇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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