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직원 "화재 당시 신고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

"화재 신고 요청에 코웃음" 靑청원
"3년 전에도 화재 있었는데 대책 마련 안돼"

기사승인 2021-06-22 07: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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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직원
18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1.06.18.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선테에서 불이 난 것을 최초 목격한 노동자가 보안요원 등 쿠팡 관계자에게 화재 신고를 요청했지만 두 차례에 걸쳐 묵살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노동자는 화재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쿠팡 측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청원을 올렸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따르면 20일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지난 17일 새벽 심야 근무자로 물류센터 1층에서 일하면서 오전 5시 10분~15분경 화재 경보를 들었다. 화재 경보 오작동이 잦았던 탓에 경보가 울려도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10분 뒤 업무를 마치고 1층 입구로 향하던 중 C 구역에서 D 구역으로 연결된 1.5층으로 이어지는 층계 밑에서 가득 찬 연기를 목격했다. A씨는 진짜 불이 났다고 생각하고 "불이야. 진짜 불이 났다"고 알리며 입구로 뛰었다.

화재를 피하던 A씨는 작업 중인 허브 쪽 노동자들을 확인했고 동료들을 향해 화재 사실을 알렸다. A씨는 "119에 신고를 하려 했지만, 휴대전화가 없어 신고할 수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A씨는 무전기와 휴대전화를 소지한 입구 검색대 보안요원에게 "불이 났다"고 알리고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보안요원은 "불난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고 퇴근이나 해라. 불났으면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묵살했다고 한다.

다른 관계자를 찾기 위해 지하 2층으로 간 A씨는 현장 관리 직원에게 다시 화재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이 직원도 크게 웃으며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된다"라며 웃어넘겼다고 주장했다. 

'진짜 화재면 어쩌려 하냐 확인하고 얘기하라' '1.5층에 화재난 거 아니냐 심각하다'라고 주장하는 A씨에게 쿠팡 관계자들은 "수고하겼다. 퇴근하라"고 했다고도 적었다.  

쿠팡 직원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A씨는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대응에 저는 정말 수치심까지 느꼈다"면서 "아직도 눈 감을 때마다 미친듯이 웃던 그 얼굴이 계속 떠올라 힘들다"고 말했다. 

또 "쿠팡 관리 관계자를 찾아가지 말고 휴대전화를 찾아 신고했다면 초기에 (화재가) 진압돼 무사히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진짜 한심하다. 왜 난 그러고 있었던 건가"라고 자책했다. 

그는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3년 전 쿠팡 덕평물류센터 담뱃불 화재 경험담'을 공유하며 쿠팡 측의 안전불감증 문제도 지적했다.

A씨는 "평소에도 정전과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 등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은 없다"며 "오작동이 많다며 꺼둔 스프링클러는 화재 당일에도 노동자 모두가 빠져나올 때까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방대장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심각한 안전불감증이 불러낸 참사까지 사고가 더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바란다"고 호소했따. 

해당 청원글은 이날 오전 7시25분 현재 4853명이 동의했다.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