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별세에 정치권 애도 물결… ‘5·18 과오’는 일제히 지적

정의 “끝내 오월의 진실 밝히지 않아”… 민주 “역사의 죄인”
국민의힘 “북방외교 등 성과 거뒀지만… 과오 씻을 수 없어”

기사승인 2021-10-26 18:20:32
- + 인쇄
노태우 별세에 정치권 애도 물결… ‘5·18 과오’는 일제히 지적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 사진은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왼쪽)·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어둡고 암울했던 시대를 기억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에 정치권이 일제히 애도를 보냈다. 다만 고인의 발자취에 대해선 냉철히 평가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26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애도를 표한다”며 “이제 고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우리 공동체의 과제로 남겨 놓는다”고 했다. 

이어 “80년 오월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 어린 참회도 없이 생을 마감한 고인에게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며 “어둡고 암울했던 시대를 기억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고인의 업적을 평가하면서 ‘역사의 죄인’, ‘독재자’ 등의 표현을 사용해 공과를 분명히 구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용빈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영욕의 삶을 마친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우리 역사에 다시는 과오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더욱 엄정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12·12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강제 진압에 가담한 역사의 죄인”이라며 “국민의 직접 선거를 통해 당선됐지만, 결과적으로 군사독재를 연장했고, 부족한 정통성을 공안 통치와 3당 야합으로 벗어나고자 했던 독재자”라고 했다. 

다만, “재임기간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중국 수교 수립 등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퇴임 이후 16년에 걸쳐 추징금을 완납하고, 이동이 불편해 자녀들을 통해 광주를 찾아 사과하는 등 지속적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것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광주영령과 5·18 유가족, 광주시민을 위로할 수 없겠지만, 그의 마지막은 여전히 역사적 심판을 부정하며 사죄와 추징금 환수를 거부한 전두환 씨의 행보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민주정의당의 전신인 국민의힘은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애도를 표했다. 민정당은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담았던 정당이다. 국민의힘도 노 전 대통령의 성과를 언급했지만 그의 발자취를 ‘불행한 역사’라고 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영면을 기원하며 유가족께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고인은 후보 시절인 1987년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였고, 그리하여 직선제 하에서 대통령에 선출됐다”고 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재임 당시에는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북방외교 등의 성과도 거두었다”면서도 “12·12 군사쿠데타로 군사정권을 탄생시킨 점,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에서의 민간인 학살 개입 등의 과오(過誤)는 어떠한 이유로도 덮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이날 향년 89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지병으로 오랜 병상생활을 해온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병세가 악화돼 서울대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hyeonzi@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