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큐온저축은행, 633억 적자…매각설도 ‘솔솔’ [저축은행 점검]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축은행을 취약한 연결고리로 지목했다. 손실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저축은행의 막대한 손실은 고객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 예적금 창구인 저축은행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승인 2024-04-27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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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큐온저축은행, 633억 적자…매각설도 ‘솔솔’ [저축은행 점검]
애큐온저축은행 로고

저축은행 업계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손실과 함께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백억대 순이익에서 지난해 633억원 순손실로 적자전환한 애큐온저축은행도 우려의 대상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의 현 상황을 살펴봤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 1972년 2월 설립된 지역소매 금융기관 삼아무진에서 출발해 50년이 넘는 역사가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상호와 대주주가 바뀌었다. 1994년 3월 한솔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후 2002년 3월 한솔상호저축은행으로, 2005년 3월 HK상호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2006년 10월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에슐론에 인수된 후 2008년 6월 부산 동광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해 부산애큐온저축은행이 출범했다.

2014년 부산HK저축은행을 흡수 합병해 규모를 키웠으며, 2016년 7월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가 애큐온캐피탈을 통해 지분을 모두 인수하며 새로운 대주주가 됐다. 2017년 12월 애큐온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19년 8월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가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주인이 바뀌었다. 2022년 스웨덴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베어링PEA를 인수한 이후 현재는 EQT 프라이빗 캐피탈 아시아(EQT PCA)로 명칭을 변경한 상태다. 

지난해 633억원 순손실…건전성 지표도 나빠져

지난해 애큐온저축은행은 몇 년간 이어온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도 나빠졌고, 2000억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25일 금감원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애큐온저축은행의 당기순손실은 632억7600만원이다. 2022년 573억2200만원의 순이익에서 적자전환한 상황이다. 2020년 278억6800만원, 2021년 620억9300만원 등 그동안 꾸준히 순이익 규모를 키워왔기에 더 뼈아프다. 지난해 자산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 가운데 유일한 적자 저축은행 이기도 하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조달비용률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및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적자전환의 이유로 들었다.

대규모 순손실과 함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1년 만에 나빠졌다. 지난해 애큐온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09%로 전년 보다 2.86%p 악화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6.74%로 2022년 3.95%보다 2%p 이상 상승했다.

최근 업계에 위기감이 높아진 부동산 PF 대출의 건전성도 우려된다. 애큐온저축은행이 보유한 지난해말 부동산 PF 신용공여액은 2662억원으로 4조5000억원의 전체 대출금 중 높은 비율은 아니다. 다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2022년 0.9%에서 2023년 6.0%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9%에서 3.0%로 크게 상승해 우려를 불러온다. 부실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여신(1162억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43.6%로 전년 9.4%에 비해 치솟았다. 

부동산 PF 대출을 포함한 부동산 관련 전체 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해 애큐온저축은행의 부동산 PF와 건설업, 부동산업의 대출금은 모두 7895억원으로 연체율이 7.1%에 달했다. 전년 연체율 1.7%에서 4배 이상 오른 수치다. 고정이하여신의 비율도 7.9%로 전년도 1.6%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애큐온저축은행 관계자는 “2022년 4분기 수신금리 급등으로 조달비용이 상승했고, 시장환경 악화에 따라 연체율 또한 증가했다”라며 “또 금감원의 PF, 브릿지론 충당금 적립 강화 지침에 따라 충당금을 추가 적립, 실적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일시적 영향으로, 애큐온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은 부동산 PF 비중, 안정적 여신 포트폴리오 등 펀더멘털과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대출 건전성 악화에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렸고,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BIS 비율은 2022년 10.9%에서 2023년 11.6%로 높아졌다. 현 시점 경영 상황에 대해 애큐온저축은행 측은 “2024년 1분기엔 흑자 전환에 따른 턴어라운드 달성으로 점차 수익성을 개선 중”이라며 “향후 만기분산 전략, 수신상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 조달비용 감소, 새로운 신용평가모형 출시에 따른 연체율 감소, 부동산금융 충당금 범위내 공매도 실시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작업대출 4700억원으로 중징계…금감원, 내부통제 강화 주문

애큐온저축은행은 자산 건전성 이외에 내부통제에서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애큐온저축은행과 SBI·OK·페퍼·OSB 등 저축은행에서 1조2000억원의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부당취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제재조치를 내렸다. 대출이 사업자금이 아닌 가계 주택담보대출 상환 등 편법적으로 사용될 것 알면서도 심사·분석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부당취급 금액이 4719억8500원에 달해 기관경고를 받았다. 기관경고는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는 중징계다.

또한 애큐온저축은행은 작업대출 등 대출모집인의 부당한 행위가 발생했음에도 점검‧관리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향후 대출모집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점검·관리 방안을 마련해 충실히 관리 책임을 이행할 것”이라며 “대출금 용도 점검 등 사후관리 업무가 객관적으로 철저히 수행될 수 있도록 인력·조직체계 및 내규를 정비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큐온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출금 회수절차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당부분 회수처리, 잔여 대출금액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애큐온저축은행은 앞으로 내부 관리감독 강화와 엄격한 기준 준수를 통해 신뢰도 있는 금융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애큐온저축은행이 올해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물로 나올 거란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애큐온저축은행은 이와 관련해 “애큐온의 대주주인 EQT 프라이빗 캐피탈 아시아는 장기간 오너십을 갖고 꾸준히 기업을 발전시킨다는 전통에 걸맞게 최근까지도 디지털 혁신과 SBTi 가입 등 지속가능(ESG)경영에 대해 꾸준한 지원과 자문을 아끼지 않고 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오히려 주주사는 애큐온 경영전반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며 애큐온저축은행의 가치를 높이고 ESG 및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적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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