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세상에서 살고 싶었지만 [청년으로부터] 

기사승인 2022-01-10 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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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세상에서 살고 싶었지만 [청년으로부터]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정유라 사건 때 화가 정말 많이 났었어요. 아르바이트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생을 무시하는 것 같았어요” 취업준비생 전모(26·여)씨는 지난 2016년 겨울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사회가 공정해지길 바랐다. 그러나 ‘조국사태’가 발생했다. 취업전선에 뛰어들면서  ‘부모찬스’도 실감했다. 뉴스에 보도되는 불공정은 빙산의 일각 이었다. 그는 “불공정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노력하는 게 허탈하다”며 “빈 독을 채우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20대 청년 과반이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쿠키뉴스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4일까지 20대 청년 261명을 대상으로한 자체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62.5%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별로 아니다 44.1%, 매우 아니다 18.4%다. 보통이다 28.7%, 다소 그렇다 6.5%, 매우 그렇다 0.8%에 그쳤다.
 
공정하게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크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 더 공정해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21.1%만 긍정했다. 다소 그렇다 18.4%, 매우 그렇다 2.7%다. 공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은 절반을 넘었다. 별로 아니다 36.4%, 매우 아니다 15.3%였다. 

공정한 세상에서 살고 싶었지만 [청년으로부터] 
지난해 12월10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받아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무엇이 청년의 기대를 꺾었을까. 입시와 채용 공정성에 청년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3월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공정 민원을 분석했다. 20대 청년들은 채용·교육·입시 등의 공정성에 불만을 제기, 개선을 촉구했다. 채용 과정의 불공정 의혹, 특별 수시전형에 대한 불만, 채용조건 이의제기 등이다. 국가전문자격시험의 논술형 문제 채점 기준표나 모범답안 공개를 요청하거나 대입 전형 중 면접의 실질 반영률을 묻기도 했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채용 비리 의혹도 불공정 논란을 키웠다. 부모 재력·인맥에 자녀의 입학과 취업이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직장인 박모(29·여)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을 비난했던 곽상도 전 의원도 결국 자녀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면서 “각자의 능력이 아닌 가정환경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지는 사회가 됐다”고 꼬집었다.

다만 취업난은 청년을 흔들었다. 박씨는 “공정하지 못 하지만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다면 부모님 찬스를 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취업 과정에서 부모님 찬스를 쓰겠느냐’는 질문에 47.5%가 긍정했다. 다소 그렇다 33.3%, 매우 그렇다 14.2%다. 부정 응답은 33.8%다. 별로 아니다 16.9%, 매우 아니다 16.9%로 집계됐다. 보통이다 18.4%였다.

부모 찬스가 아닌 ‘대통령 찬스’ 논란도 등장했다. 야당에서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대통령 찬스라고 비판했다. 취업준비생들도 “공정하지 못한 채용”이라며 목소리를 냈다. 반면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비정규직의 정규화에 대한 청년들의 의견은 나뉘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9.4%가 긍정했다. 부정은 31.1%였다. 보통이다 29.1%로 집계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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