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로 알아보는 카드대란 사태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2-12-21 06: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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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로 알아보는 카드대란 사태 [알기쉬운 경제]
‘재벌집 막내아들’ 포스터. SLL·래몽래인·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가 해당 방송사 최고 시청률 2위를 기록하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했습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 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가 1987년으로 회귀해 그 집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미래를 예측해 반전을 시도하는 내용입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2003년에 있었던 ‘카드대란’을 배경으로 순양카드 인수전이 펼쳐지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카드대란’ 사태는 2000년대 전후로 IMF를 졸업하면서 외환위기를 극복하던 중 수백만 명이 신용불량자가 된 신용카드 부도 사태입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민간소비가 줄고, 기업 투자도 미미해지면서 수출 성적이 떨어졌던 때가 있습니다. 이 때 정부는 내수 소비 증진을 목표로 민간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모색합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50만원이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폐지해 국민들이 자유롭게 현금서비스를 인출해 민간 소비에 바람을 불어넣습니다.

카드사들도 빚으로 힘들어 하는 고객들에게 빚을 상환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환대출’ 서비스를 권장하면서 본격적인 카드 영업과 마케팅을 시작합니다.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와 같은 소비 독려 광고를 카드사에서 꾸준히 송출하면서 LG카드, 삼성카드 등 고가의 사은품을 나눠주며 서명만하면 미성년자에게도 카드를 발급해주게 됩니다. 급기야 무소득자에게까지도 카드를 발급해주는 일이 생겨납니다.

이로 인해 1999년 48조 원이었던 카드사들의 현금대출은 2002년 358조원으로 7배 늘어납니다. 경제활동 인구 1인당 보유 카드도 1.장에서 4.6장으로 늘어나면서 ‘신용카드 1억장의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금 서비스로 빚을 돌려막기를 하며 버티던 사람들은 장기 연체자가 되고 대규모 신용불량자가 생기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정부는 뒤는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하고,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지만, 신용불량자가 사상 최대인 250만명을 넘게 됩니다. 7명 중 1명이 신용불량자였던 셈이죠.

고객들의 파산은 카드사의 채무로 이어져 문을 닫는 카드사들이 생겨납니다. 당시 카드 업계 1위를 달리던 LG카드도 이 시기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죠.  업계 1위 LG카드조차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됩니다.

외환위기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카드대란 사태로 민간소비가 다시 위축된 데다 2001년 닷컴버블, 9.11 테러 여파로 코스피가 463 포인트로 내리 꽂힙니다.

현실로 돌아와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장기화, 공급망 병목 현상,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다시 경제위기에 버금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만약 이 때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이 드라마에서처럼 반전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에는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우리나라가 겪었던 경제 위기들을 거울삼아 대비할 뿐입니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가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속에 눈앞에 이익으로 맞은 결과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