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영 관계 소홀’…찰스 대관식 앞둔 英 발끈

기사승인 2023-04-30 21:24:14
- + 인쇄
바이든, ‘미·영 관계 소홀’…찰스 대관식 앞둔 英 발끈
 지난 28일 백악관에서 발언 중인 바이든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내달 6일 열리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4일 찰스 3세와 전화 통화를 하고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대신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관식 불참 이유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대관식 이후 영국을 찾아 찰스 3세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영국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 왕실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밥 실리 영국 하원의원(보수당)은 “일생에 한 번 있는 행사를 불참하는 건 대단히 소홀한 처사”라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의 민족적 뿌리가 대관식 불참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언론인 러셀 마이어스는 스카이뉴스에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계 미국인의 뿌리를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며 "그래서 대관식에 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머니가 아일랜드계이고, 부계도 아일랜드 혈통이 섞여 있다. 특히 그는 유년기 일부를 아일랜드계 외가 친척들에게 둘러싸인 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일랜드는 영국에 800년 동안 식민 지배를 당하며 악감정의 골이 깊다. 이런 역사적인 관계를 내세워 바이든 대통령이 반영(反英) 감정을 내세우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난 수 세기간 영국 대관식에 참석한 미국 대통령이 한 명도 없었던 만큼, 바이든 대통령도 단순히 관례를 이은 것이라 분석했다.

로라 비어스 아메리칸대 역사학과 교수는 “1837년 빅토리아 여왕이 즉위할 당시 영국 군주제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호감을 얻었다”며 “그런데도 당시 마틴 밴 뷰런 미 대통령은 대관식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교통 사정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미국 대통령의 대관식 불참이 관행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