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강유석 “꿈에 닿아가고 있습니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5-25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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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강유석 “꿈에 닿아가고 있습니다” [쿠키인터뷰]
배우 강유석. 넷플릭스

행성 충돌로 사막화한 지구. 난민 윤사월(강유석)에겐 꿈이 있다.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사람만이 될 수 있다는 택배기사로 선발되는 것. 난민 출신으로는 처음 택배기사가 된, 택배기사 가운데서도 가장 강하다고 정평이 난 5-8(김우빈)이 그의 우상이다. 꿈에 그리던 존재를 처음 만난 날, 사월은 겁도 없이 이렇게 말한다. “네가↗ 그 전설의 택배 오팔이냐. 내 이름은 사월이다, 윤사월.”

윤사월을 연기한 배우 강유석은 이 장면을 찍을 때 일부러 ‘삑사리’(음 이탈)를 냈다. “사월이 우상을 만나 느끼는 긴장감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19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유석은 “사월은 처음엔 5-8을 마냥 먼 존재로 여겼지만, 5-8의 도움을 받아 택배기사가 되면서 점점 그와 가까워지고 어느새 그를 닮아가게 된다”고 ‘택배기사’ 속 사월의 여정을 설명했다.

2018년 OCN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로 데뷔해 이제 막 주연 배우로 성장한 강유석은 경쟁률 1500대 1을 뚫고 사월 역을 따냈다. 그는 ‘액션 괴물이 돼라’는 감독 요청에 따라 3개월간 서울과 파주를 오가며 신체를 단련했다. 매일 달리기와 낙법 훈련, 복싱 연습을 하니 체중이 저절로 줄더란다. “촬영 전까지 3~4㎏ 정도 줄었어요. 액션 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몸만 움직여선 안 되잖아요. 감정 연기며 상대와의 호흡도 신경 써야 하니까요. 택배기사 선발전 마지막 관문인 1대 1 대결은 액션 합을 100번 정도 찍어야 해서 가장 어려웠어요.”

‘택배기사’ 강유석 “꿈에 닿아가고 있습니다” [쿠키인터뷰]
‘택배기사’ 속 강유석. 넷플릭스

강유석은 택배기사가 되려고 안간힘 쓰려는 사월을 연기하며 배우라는 꿈을 향해 돌진하던 자신의 20대 초반이 떠올랐다고 한다. 강원 강릉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세에 홀로 상경해 연기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결과는 썼다. 지원한 대학에서 모두 떨어졌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부모님을 설득해 다시 입시에 도전했다. 이번 결과는 합격.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며 꿈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에서 규리를 연기했던 배우 박주현이 그의 동기다.

‘택배기사’가 2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 TV 시리즈물 중 가장 높은 시청 시간을 기록하면서 부모님도 덩달아 어깨가 으쓱한 모양이다. ‘택배기사’가 공개된 다음 날, 강유석은 어머니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드라마 포스터에 사인을 해 보내달라는 전화였다.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고 한다. “알고 보니 친구 분들과 결혼식에 가셨대요. 어쩐지, 자랑하고 싶으신 목소리다 싶었어요. 하하.” 강유석은 첫 주연작 SBS ‘법쩐’이 방송되던 올해 초에도 고향에 갔다가 사인 100여장을 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한 번 도전해봤으니 이제 마음을 접어라’는 부모님 얘기에 눈물 흘리던 소년의 ‘인생 역전’이다.

‘택배기사’ 강유석 “꿈에 닿아가고 있습니다” [쿠키인터뷰]
‘택배기사’를 촬영 중인 강유석(오른쪽). 넷플릭스

강유석은 말했다. “예전엔 꿈이 멀고 막연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곧 닿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그는 “하루 한 걸음뿐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자”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출연작을 최소 2~3번씩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택배기사’ 역시 일주일 만에 3번이나 봤다고 한다. 강유석은 “연기를 오래 하려면 자기객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연작을 여러 번 보며 어느 점을 보완할까 고민한다”면서 “나를 칭찬하는 데 인색한 편이지만, ‘택배기사’의 사월을 보면서는 70~80% 정도 만족스러웠다”고 돌아봤다.

“대학에 다니면서 연기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그때 제 원동력은 저 자신이어요. 제 과거를 보며 후회도 하고, 그때의 순수함을 부러워도 하고, 그러면서 저를 다독이고…. 연기는 절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무언가예요. 어느 날엔 힘들고 자책하고 스스로 의심도 하거든요? 그런데 또 어느 날엔 대본이 재밌고 연기가 즐거워서 마냥 행복해요. 그래서 끊지 못하겠어요. 제가 하는 이 일을.”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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