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 美 최악 화마에 하와이 사망자 93명… 경보 사이렌 ‘무용지물’

기사승인 2023-08-14 07: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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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 美 최악 화마에 하와이 사망자 93명… 경보 사이렌 ‘무용지물’
10일(현지시간) 산불로 까맣게 타버린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주민들이 걷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이 계속되면서 사망자가 13일(현지시간) 기준 최소 93명으로 늘어났다. 100여년 만에 미국 최악의 산불 참사다.

로이터·CNN·NBC·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하와이주 라하이나 카운티는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 기준 최소 93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존 펠레티어 마우이 카운티 경찰서장은 탐지견들이 산불 소실 구역의 3%를 수색했다고 말했다. 아직 수습 초기 단계로 사망자 수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마우이섬에서 지난 8일 시작된 산불이 해변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현재까지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종자는 1000여명에 달하며, 2200여개의 구조물이 파괴됐고 피해 규모는 60억달러에 육박한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라하이나 지역에서 불에 탄 면적은 2100에이커(850헥타르·8.5㎢)로 서울 여의도 면적(2.9㎢ )의 약 3배에 이른다.

이번 하와이 산불은 100여년 만에 미국 최악의 산불 참사가 됐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8년 캘리포니아 북부 패러다이스 마을에 산불이 번져 85명이 숨진 것이 근래 최악의 피해 사례였다.

현지에서는 관계 당국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산불 대응 과정에서 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은데다, 이재민 지원을 위한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하와이주는 쓰나미 등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에 대비해 마우이섬 내 80개를 포함해 주 전역에 약 400개의 옥외 사이렌 경보기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산불에서는 한 곳도 경보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불길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번졌는지, 어느 지역에 전기가 끊겼는지 등의 재난 정보가 주민들에게 신속히 공유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라하이나에 거주하는 콜 밀링턴은 산불로 인한 검은 연기 기둥을 눈으로 확인하고 난 뒤에야 대피를 시작했다. 산불 이후 전기와 통신선마저 끊기면서 화를 키웠다. 그는 CNN을 통해 “대피 통지가 없었다”며 “휴대전화 알림은 쓸모가 없었다. 쓰나미 경고(경보 사이렌)를 활용했어야 한다. 많은 주민은 경보가 없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브래드 벤투라 마우이 카운티 소방서장은 “산불이 너무 빠르게 번져 당국의 사전 경보 없이 많은 사람이 즉시 집을 떠났다”며 비상 관리 공무원이 적시에 대피 알림을 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린 주지사는 산불 대응과 비상 알림 시스템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이렌을 작동시키기에 충분했는지 여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재 피해로 도로가 끊기는 등 피해가 커지면서 구호품 전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라하이나로 가는 주요 도로는 잠시 개방됐다가 다시 폐쇄된 상태다. 알렉사 카일리에하는 NBC를 통해 “리하이나에 모든 것을 잃고 음식을 구할 수 없는 가족들이 있다”며 “(정부가 도로를 막아) 그들을 돕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말했다.

산불로 무너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라렌 가트너는 CNN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두 혼란에 빠졌다. 살 곳이 없는 엄청난 사람들이 있다. 돈, 신용카드 등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하와이를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마우이 산불 참사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우리는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당장 현장을 직접 방문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우리는 이 비극의 희생자들에게 가야 할 자원의 주의를 돌리고 싶지 않다”며 “긴급 구조대원들이 그곳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