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0살?”…헬로키티 생일파티에 몰린 청년들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11-09 06: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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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0살?”…헬로키티 생일파티에 몰린 청년들 [가봤더니]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헬로키티 팝업스토어에서 물건을 고르는 모습. 사진=조유정 기자

대기 번호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지난 7일 오전 10시30분 헬로키티 팝업스토어 입장이 시작된 지 1시간 동안 100여명만 구매에 성공했다. 팝업스토어 내부에선 수십명이 뒤얽혀 정신없이 구매할 제품을 골랐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순서가 오기 전 원하는 제품이 품절될까 발을 동동 굴렀다. 오전 10시에 도착해 대기 번호 500번대를 받은 권모(28)씨는 “인형과 한정판 스트랩, 볼펜 등을 사기 위해 왔는데 품절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헬로키티(키티)의 50번째 생일인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생일 기념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이곳에 방문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일명 ‘오픈런’이 시작됐다. 50주년 기념 한정 판매 상품인 6공 다이어리와 일본 오리지널 상품 엔젤 시리즈 판매가 시작된 지난 7일 오전 10시, 이미 대기 번호 500번을 넘어섰다.

원하는 제품을 사려면 새벽부터 와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오전 8시에 왔다는 송모(27)씨는 “평일엔 사전 예약이 불가능해서 일찍 왔다”라며 “사실 일찍 왔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당황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9시에 왔다는 백모(20대 중반)씨는 “지난주에도 방문했는데 선착순 300명에게 주는 헬로키티 풍선을 못 받아서 다시 왔다”라고 말했다. SNS에 쏟아진 인증글에 따르면, 오전 6시에 도착해도 대기 번호 40번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50살?”…헬로키티 생일파티에 몰린 청년들 [가봤더니]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1층에 설치된 헬로키티 생일파티 포토존. 사진=조유정 기자

대기 번호 등록을 마친 이들은 백화점 광장에 마련된 포토존으로 이동했다. 포토존은 헬로키티 대형 조형물과 헬로키티의 집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권씨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대기를 건 뒤 바로 포토존에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팝업스토어 방문객 외에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줄이 늘어섰다. 사진을 촬영하는 시간도 제한됐다. 팝업스토어 한 직원은 “헬로키티의 집은 한 팀당 3분 정도 촬영 가능하다”라고 안내했다. 실제 직원은 타이머를 통해 3분의 시간을 재며 시간 종료를 안내했다.

오래 기다린 끝에 입장한 이들은 대부분 기본 10~20만원 이상을 들여 제품들을 구매했다. 백씨는 “50주년 한정판 인형과 탁상시계, 키링, 라면 등을 구매했다”라며 “총 12만원 정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10만원 이상을 썼다는 A씨는 “한정판 바인더와 볼펜, 스트랩, 카드 지갑 등을 샀다”라고 했다. 6만원 정도 썼다는 B(20대)씨는 “제품 가격이 비싸다. 볼펜 하나만 사도 8000원”이라며 “조금만 사도 금액이 많이 나와서 아쉽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대기하는 인파는 계속 이어졌다. 오후 3시가 넘어서자 대기 번호 1000번대를 돌파했다. 팝업스토어 현장 접수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뒤늦게 대기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900번대 이후는 입장이 불가할 수도 있다”라고 안내했다. 그는 “이날은 새 시리즈 제품이 나오는 날이라 유난히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벌써 50살?”…헬로키티 생일파티에 몰린 청년들 [가봤더니]
지난 7일 오후 3시쯤 1200번을 넘긴 서울 서초구 헬로키티 팝업스토어 대기번호. 사진=조유정 기자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이들은 어린이보다 20~30대 여성이 더 많았다. 아직 남아 있는 어린 시절 추억과 동심 때문이었다. 윤모(22)씨와 송모(22)씨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키티를 좋아했다”라며 “귀여워서 좋다”라고 말했다. 키티 목도리와 키링을 착용하고 온 백씨는 “3년 전 회사 입사 선물로 친구에게 키티와 관련된 물품을 선물 받았다”라며 “이후 키티가 입사 동기처럼 느껴져서 좋아하게 돼 팝업스토어에 방문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아쉬운 점도 있었다. 평일엔 현장에서 대기해야 하는 시스템과 인기에 비해 다소 적은 물량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키티 스트랩은 하루 400개, 볼펜은 하루 100개씩 물량이 풀렸다. 인당 종류별 1개 구매 제한을 뒀지만, 물품은 빠르게 품절됐다. 불량품도 많았다. 같은 제품이어도 이물질이 묻었거나 수염 모양이 다른 등 하자가 있다는 평이 많아 확인하며 다들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이었다. C씨는 “볼펜 5개를 집으면 4개가 하자가 있을 정도”라고 했다. D씨는 “같은 스트랩이어도 무광과 유광으로 차이가 눈에 보일 정도”라며 “공장에서 나올 하자를 감안하고 구매했는데도 실망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1974년 태어난 헬로키티의 올해 생일파티는 센트럴시티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동시에 열린다. 센트럴시티 1층 오픈스테이지에는 약 3m 높이의 초대형 키티와 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설치됐다. 또 1975년 출시된 동전 지갑부터 오토 포커스 카메라, 디지털 계산기 등 역대 굿즈가 마련된 포토존이 헬로키티 하우스에 마련됐다. 강남점 지하 1층 특설 행사장에는 헬로키티 굿즈와 산리오 캐릭터즈 굿즈를 위한 공간이 마련된다. 이번 행사는 오는 12일까지 진행된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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