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몰락…예견된 일이었다 [K리그]

기사승인 2023-12-02 16: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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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몰락…예견된 일이었다 [K리그]
강등 확정 후 고개를 숙인 수원 삼성 선수단. 프로축구연맹

예견된 일이었다.

수원 삼성과 강원FC는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3’ 파이널라운드B(하위 라운드) 맞대결에서 0대 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간 11위였던 수원FC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1대 1로 비겼다.

이로써 강등권 최종 순위는 10위 강원(승점 34점), 11위 수원FC(승점 33점), 12위 수원(승점 33점)으로 마무리됐다. 최하위 수원(35골)은 수원FC(44골)와 승점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9골이나 밀려 최하위가 확정, 자동 강등됐다.

수원은 1995년 창단 이후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로 명성을 떨쳐왔다. 역대 성적으로도 K리그1 4회, FA컵 5회, 리그컵 6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거두며 K리그 최고의 명문팀 반열에 올라섰다. 과거 스페인 프로축구의 레알 마드리드에 빗대 ‘레알 수원’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과시할 정도였다.

하지만 삼성스포츠단의 운영 주체가 2014년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추락이 시작됐다. 프로축구단을 비롯한 삼성의 모든 스포츠 구단이 제일기획 산하로 흡수됐다.

구단은 적자구조를 피하려고 긴축재정에 들어갔고, 결국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수원은 승강제가 처음 도입된 2013년 K리그에서 수원은 총연봉 90억6천742만원으로 12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사용하는 등 탄탄한 로스터를 구축하는 데 힘 써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군인 선수들로만 구성된 김천 상무를 제외한 11개 구단 중 선수단 연봉 규모가 8위(88억7583만원)에 그칠 정도로 선수단 구성에 투자를 줄였다.

나가는 선수만 늘어나고 들어오는 선수도 적었던 수원이다. 김민우(청두 룽청), 정상빈(미네소타) 등 팀의 중심이던 선수들이 나갔지만 이를 대체할 선수 영입이 무뎠다.

특히 지난해 13골을 기록하며 득점 3위에 올랐던 오현규를 올해 초 셀틱(스코틀랜드)으로 이적시키면서 이적료 300만 유로(약 42억원)을 받았지만, 올해 확실한 보강을 하지 못하면서 못했다. 

외국인 영입도 낙제점을 받았다. 이전까지 산토스, 조나탄, 타가트 등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보유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 선수가 수원에서 활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올 시즌 영입한 외국인 공격수 중 뮬리치(21경기 4골 1도움), 바사니(21경기 3골 1도움), 웨릭포포(6경기 무득점) 등은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다.

선수단의 로스터 두께도 점점 얇아지면서 점점 성적도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2019년(8위), 2020년(8위), 2021년(6위) 등 중하위권을 맴돌던 이들은 지난해에는 10위까지 추락하며 승강 플레이오프를 처음 경험했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는 FC안양을 상대로 1승 1무로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기적이 없었다. 시즌 초반부터 잡음의 연속이었다. 7경기 연속 무승(1무 6패)에 그치자 이병근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최성용 감독 대행을 거쳐 김병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올해를 버티지 못하고 또 경질되며 플레잉 코치였던 염기훈이 감독 대행을 촌극을 빚기도 했다. 확실한 계획 없이 감독 교체 등과 같은 미봉책이 결국 올해에는 통하지 않은 셈이다.

침몰하던 수원이라는 거함은 결국 바다 밑으로 가라 앉고 말았다. 수원은 이제 바다 밑에서 배를 다시 고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수원=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