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관리하면 발생위험 40% 감소…일상 유지가 삶의 질 직결”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12-11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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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관리하면 발생위험 40% 감소…일상 유지가 삶의 질 직결” [쿠키인터뷰]
전홍준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치매 관리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최근 치매는 원인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면서 예방이 가능한 뇌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년기 우울증 등 치매 발생 위험 요인을 줄이면 발병 가능성을 낮출 뿐 아니라 노인의 삶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홍준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치매는 완치가 쉽지 않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는 여러 요인 중 학력 등 60%는 개선이 어렵지만 40%는 교정이 가능한 인자다. 40%는 치매 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발표된 치매 위험 요인 중 수정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은 △장기간 흡연(5%) △노년기 우울증(4%) △사회적 고립·소외(4%) △운동 부족(2%) 등이 있다. 

후천적으로 이같은 요소들을 교정한다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치매 발생 원인의 50~80%가량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점진적으로 병세가 진행되는 질환이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면 일부 증상의 호전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전 교수는 “정상 노화, 건망증, 경도인지 장애를 거쳐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된다”면서 “초기 단계부터 관리를 시작하면 증상의 악화가 최대한 느리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신건강 관리는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노년기 우울증이 치매 발병 위험을 4% 높이기 때문이다. 노년기 우울증은 젊은 연령대에 발생하는 우울증과 달리 무력감이 중심 증상이 되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력감은 피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이 와도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자포자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627명의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치매 노인 환자들의 우울 증상을 네트워크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무력감이 가장 중심이 되는 증상으로 확인됐다. 네트워크 분석 방법은 우울증 같은 정신과 질환이 다양한 증상의 복합체라는 가정 하에 증상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함으로써 다른 증상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심 증상’을 파악하게 해 주는 통계 기법이다. 이를 통해 치료의 타깃 증상을 정할 수 있다.

전 교수는 “무력감은 ‘어차피 난 노력해도 안 될 거야’라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면서 “예를 들어 어르신이 뜨개질을 하고 있을 때 보호자가 대신 해준다면 고마워하겠지만, ‘난 역시 안 돼’라는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력감의 반의어는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효능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어려운 부분만 잠깐 도울 순 있어도 뜨개바늘을 건네며 어르신이 옷을 완성할 수 있게 한다면 자기효능감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지원해 자기효능감을 느끼도록 돕는 건 삶의 질 향상으로도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 교수가 연구한 결과, 삶의 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상생활의 유지’였다.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능력은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 자조능력, 통증, 우울·불안보다 높은 중심성을 보였다.

전 교수는 “치매는 한번 발생하면 쉽게 나을 수 없는 병이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삶의 질”이라며 “일상생활을 스스로 해나갈 수 있다는 데서 자기효능감을 느끼고 이것이 노년기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며,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 정책도 이같은 맥락에서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현재 치매 정책은 요양보호사 지원, 주간보호센터·요양원 입소 지원 등 치매 환자를 대신 돌봄으로써 보호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에 더해 환자가 스스로 일상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치매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현재 어르신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 대표적 정책으론 치매안심센터가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예방부터 검진, 기저귀 같은 조호물품 제공, 치매 환자 실종에 대비한 사전 지문 등록 업무까지,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기관이다.

서울시 성북구 치매안심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전 교수는 “어르신들이 센터에 오기 위해선 씻고 나서 옷을 갈아입는 등 자신을 가꾸는 셀프케어를 하고, 오가면서 신체활동도 한다. 또 센터에서 키오스크(무인계산기) 사용법 등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대해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치매안심센터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은 어르신의 자립을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치매 관리에 대한 의학적 효과가 있다”면서 “보호자 교육도 진행하고 있어 돌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 교수는 “치매는 완치가 어려운데, 치료를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며 “치매는 치료가 아니라 관리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치매 환자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리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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