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는 와인, 시간 흐를수록 깊어져” [들어봤더니]

기사승인 2023-12-26 15: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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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는 와인, 시간 흐를수록 깊어져” [들어봤더니]
그룹 동방신기. SM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는 와인 같은 그룹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의 말이다. 유노윤호는 26일 서울 여의도동 한 호텔에서 열린 동방신기 정규 9집 ‘20&2’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숙성될수록 맛과 향이 깊어지는 와인처럼, 동방신기도 시간이 흐를수록 멋이 깊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체되지 않고 저항하며 나아가겠다”

이날 오후 6시 공개하는 정규 9집 타이틀곡 ‘레벨’(Rebel)은 ‘시간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동방신기의 각오를 보여준다. 최강창민은 “20년간 활동하면 어느 순간 정체되기 쉽다. 그러지 않고 저항하며 나아가자는 진취적인 뜻을 가진 곡”이라고 소개했다. 노래는 여느 SMP(SM 뮤직 퍼포먼스)가 그렇듯 웅장하다. 유노윤호의 낮은 랩과 최강창민이 지르는 고음도 돋보인다. 유노윤호는 “동방신기스러우면서도 새롭게 느낄 만한 면모를 담았다”며 “과거를 인정하고 앞으로 향하겠다는 신념을 표현했다”고 귀띔했다. 동방신기와 긴 시간 호흡을 맞춘 프로듀서 켄지가 이 곡을 작사·작곡·편곡했다. 음반엔 최강창민이 작사한 ‘프로미스’(Promise), 새로 편곡한 ‘더 웨이 유 아’(The Way U Are) 등 모두 9곡이 실린다.

“동방신기는 와인, 시간 흐를수록 깊어져” [들어봤더니]
2012년 한 음악시상식에 참석한 그룹 JYJ(위), 2인조가 된 동방신기. 쿠키뉴스 자료사진, SM엔터테인먼트

“2인조 첫 무대, 동방신기의 위기이자 영광”

동방신기는 2003년 ‘동방에서 신이 깨어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5인조로 데뷔했다. ‘허그’ ‘주문 – 미로틱’ ‘라이징 선’ 등 여러 히트곡을 내며 아시아에 K팝을 알렸다. 위기도 있었다. 김준수·김재중·박유천이 2009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팀을 떠나면서다. 2인조가 된 동방신기는 이듬해 SM타운 콘서트로 활동을 재개했다. 최강창민은 이때를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자 위기였던 때”로 돌아봤다. “오랜만에 두 사람이 팬 여러분 앞에 선다는 감격과 두려움이 동시에 들었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동방신기는 이후로도 승승장구했다. 특히 일본에서 인기였다. 2018년엔 닛산 스타디움에서 7만5000명 규모로 단독 공연을 열었다. 같은 해 해외 가수로는 최초로 단일 투어 누적 관객 100만명을 기록했다. 유노윤호는 “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공연 때마다 ‘항상 곁에 있겠다’고 손팻말을 드는 팬들”이라며 “감탄은 감동을 이기지 못한다고 믿는다. 마음속에 꺼지지 않는 푸른 불꽃을 품은 채 달려왔다”고 자평했다.

“창민이는 또 다른 나” “윤호 형은 나침반”

20년간 우여곡절을 함께한 두 사람에게 서로는 음악적 동반자와 다름없다. 유노윤호는 “창민이는 또 다른 나”라고 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곁을 지키며 마음을 나눴다는 의미다. 최강창민은 유노윤호를 나침반에 비유했다. 그는 “윤호 형은 제가 가는 길, 가려는 길에 든든히 있어 줬다. 방향을 잃었다고 느낄 땐 길을 이끌어주기도 했다”며 고마워했다. 20년 간 맞춘 두 ‘K팝 장인’의 호흡이 궁금하다면 오는 30·31일 인천 운서동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여는 콘서트에 가볼 일이다. 최강창민은 “여유로운 척하지만 (콘서트 준비로) 애가 타들어간다”고 농담하면서 “열심히 공연을 준비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그렇게 시간을 늘려가다 보면 앞으로도 오래 활동하는 가수가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