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렬 KCOPA 원장 “2024년, 우리 콘텐츠 제값 받는 저작권 강국으로”

기사승인 2024-01-15 11: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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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KCOPA 원장 “2024년, 우리 콘텐츠 제값 받는 저작권 강국으로”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 사진=임형택 기자

2조41억원. 우리나라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저작권 무역수지로 벌어들인 액수(한국은행 집계)다. 반기별로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다. 2013년 최초로 흑자 전환을 이룬 이후 저작권 무역수지는 11년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그룹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등 한류로 불리는 K콘텐츠가 지난해 상반기 벌어들인 돈만 약 4483억원에 달한다.

우리 문화가 해외에서 맹위를 떨칠수록 저작권 보호 필요성은 더욱더 대두되고 있다. 미국 U.SNews·와튼스쿨이 평가한 한국의 글로벌 문화 영향력은 세계 7위 수준이다. 음악과 방송 등 문화콘텐츠 수출이 확대하며 얻은 쾌거다. 하지만 이에 따른 저작권 유출 피해 역시 커졌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로 인한 피해액만 5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해외 한류콘텐츠의 불법유통량은 약 4억7700만개(2023 한국저작권보호원 통계)에 육박한다. 저작권 보호가 시급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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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저작권보호원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지식재산청과 양 기관의 저작권 보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국제 공조 영역을 넓혀하고 있다. 사진은 업무협약 체결식 현장에서의 로웰 발바 필리핀 지식재산청장(왼쪽)과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모습. 한국저작권보호원

해외 저작권 침해 대응, 국제 공조수사로 진화

최근 쿠키뉴스가 서면으로 만난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은 저작권 보호 최일선에 서있는 인물이다. 박 원장은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면서 “K콘텐츠 창작자의 수호자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우리 콘텐츠의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업을 이끌었다”고 자평했다. 그가 이끄는 한국저작권보호원(KCOPA·이하 보호원)은 최근 해외 저작권 침해 대응 강화에 주력했다. 동남아 3개국(태국·필리핀·베트남)에 해외 저작권 사무소를 운영하며 지난 한 해에만 불법 콘텐츠 주소 약 20만건을 삭제 조치했다. 현재는 사무소 관할지역을 인도네시아·싱가폴 등 인접국가로 확대했다. 미국, 유럽 등 사무소 비소재국 대상으로 침해대응 범위 확장을 모색하는 중이다. 

박 원장은 “보호원이 신종 저작권 침해범죄를 대응하며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짚었다. 보호원은 지난 한 해 동안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통해 과학수사 730건 가량을 지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국내외 방송·영상 파일을 불법 송출하던 일당을 문화체육관광부 등 우리 정부와 국제 공조로 검거했다. “보호원은 저작권 및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활용해 불법 유통 증거물을 식별·수집, 국내로 범죄자를 소환하는 데 일조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내 최대 웹소설 불법공유 사이트의 운영자를 검거하는데 지원한 바 있다.

박정렬 KCOPA 원장 “2024년, 우리 콘텐츠 제값 받는 저작권 강국으로”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 사진=임형택 기자

종합대응부터 과학수사 지원까지… 2024 청사진

보호원은 올해에도 저작권 보호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과학적 방법으로  침해 범죄자를 끝까지 쫓고, 침해 예방을 위한 홍보 메시지를 국내외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호원은 저작권 침해 종합대응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단계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모니터링 대상을 웹툰·스트리밍·유튜브 등으로 확대(1단계)한 것에 이어 올해에는 불법 사이트 자동 탐지·분석·보고 시스템을 구축(2단계)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개발을 완료(3단계)하면 침해 발생부터 대응까지 모든 과정을 한 시스템으로 종합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기술에 기반을 둔 통계 시스템을 활용해 국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대국민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K콘텐츠 불법유통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저작권 범죄 과학 수사대를 출범했다. 보호원은 이와 연계해 올해부터 저작권 범죄분석실을 운영하며 광역도시에 과학수사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해 신종 저작권 침해에 대응한다. 해외 합류콘텐츠 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저작권 침해 피해규모 산정 모델 또한 함께 개발한다. 박 원장은 “이 같은 모델 개발은 국내 최초”라면서 “피해 규모를 공신력 있게 산정해 민형사상 소송에서 손해배상 규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에 유통 중인 K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언어별 저작권 침해정보 수집 시스템도 구축한다. 보호원은 지난해 영어와 중국어에 이어 올해에는 태국어와 베트남어로 된 불법사이트를 실시간 감시·대응하는 시스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정렬 KCOPA 원장 “2024년, 우리 콘텐츠 제값 받는 저작권 강국으로”
한국저작권보호원은 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 지난해 9월8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저작권 보호 대국민 캠페인 선포식을 가졌다. 사진은 당시 행사에서 발언 중인 박정렬 원장. 한국저작권보호원 

기술 개발에 총력…K콘텐츠 저작권의 미래는

박 원장은 “신기술을 사용해 저작권을 지능적·전문적·국제적으로 침해하는 양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면서 “악용 사례를 예방하는 보호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호원은 다양한 측면에서 저작권 침해에 대응한다. 첫째는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저작권 특화 디지털 포렌식 수집 도구 개발이다. 디지털 콘텐츠 침해 증거물을 자동식별하고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을 만들어 사이버 저작권 침해 범죄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제수사공조 협력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표준화된 K콘텐츠 보호·침해대응 체계를 수립, 수사 데이터를 공유하는 공조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진 저작권 보호 기술과 제도 전수와 같은 국제 협력도 공고히 이어간다.

이용자 인식 제고는 숙제다. 불법 복제물 이용자가 줄어드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어서다. 보호원은 저작권 보호 서포터즈 운영이나 캠페인 개최를 넘어 올해 처음으로 저작권 보호 미래 포럼을 개최한다. 박 원장은 “K컬처는 정부나 기업에서 의무감을 갖고 전파하는 단계를 넘어 평범한 외국인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향유하는 대상으로 떠올랐다”면서 “전 세계가 한국 문화를 건강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우리의 소중한 콘텐츠를 아끼고 소중히 대하는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보호원의 새해 바람은 “콘텐츠가 제값을 받는 저작권 강국으로의 발전”이다. 박 원장은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가장 어려운 목표도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